2020년까지 근로시간 10% 줄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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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2020년까지 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이 현재보다 최대 10% 줄어들 전망이다.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파트타임 근로제가 활성화된다. 임금 체계는 호봉제 대신 생산성과 직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노사정위원회 근로시간임금제도개선위원회(위원장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과 근로 문화 선진화를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8일 채택했다. 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노동부·한국경총·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노총이 합의문에 서명했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조만간 범국민근로시간단축추진기구를 구성해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짜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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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개선위 김 위원장은 “노사정 합의로 저비용·고효율의 생산적인 근로문화를 만드는 전환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은 데다 시행계획을 짜는 과정에서 노·사·정 간 의견 대립이 불가피한 항목이 많아 진통이 예상된다.

노·사·정은 2020년까지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을 일본 수준인 1800시간대까지 낮추기로 했다. 현재 국내 근로자의 전 산업 평균 근로시간은 2050시간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근로자 1인이 2000시간 넘게 일하는 나라는 한국과 그리스뿐이다.

노사정이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목한 것은 근로자의 휴가다.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휴가를 가지 않고 금전으로 보상받는 경우가 있다. 윗사람 눈치 때문이기도 하지만 돈으로 보상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휴가보상제와 같은 휴가를 가로막는 각종 제도를 없애거나 정비하겠다는 것이 노사정의 생각이다.

하지만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데 따른 임금 감소를 근로자나 노조가 감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할 당시 가장 큰 쟁점이 됐던 것도 ‘임금 저하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었다.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이 빚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 각 기업에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노사정은 파트타임 근로자를 늘려 보충토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일자리 확충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새 인력 충원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묘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비정규직만 양산한다’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수도 있다.

임금제도도 현행 호봉제 대신 생산성과 직무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돼 역시 갈등이 예상된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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