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쥔 8단 ●·이창호 9단
제 3 보
하지만 그는 이창호 9단의 33에서 불에 덴 듯 놀라고 만다. 추쥔은 문득 이창호 쪽을 한 번 본다. 이창호가 이처럼 격렬하고 칼칼한 바둑이었던가. 33은 미생마 근처에서 싸우지 말라는 기리(棋理)에도 어긋난다. 추쥔은 34, 36의 강수로 맞받았다. 사실은 물러설 길도 없다. ‘참고도 1’ 백1은 2의 절단. 흑 A, B가 모두 선수여서 바로 수가 난다. 어려운 대목이지만 이창호 9단은 그리 장고하지 않고 있다. 37로 돌파하는 그의 손길은 느릿하지만 가차 없다.
추쥔은 고개를 파묻고 장고하더니 38이란 최강수를 꺼내 들었다. 38이 뚝 떨어지자 검토실에서 잠시 소요가 일어났다. ‘참고도 2’는 흑이 안 된다. 죽으면 끝이다. 흑엔 무슨 수가 있단 말인가. 추쥔의 맥박이 빨라졌다. 이창호 9단도 얼굴에 엷게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