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눈물과 열정없는 벼락 스타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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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준비하는 자 스타가 될 수 있다-.

가까이에서 스타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을 수없이 지켜 본 결론이다.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다'는 바이런 식의 벼락스타 탄생도 내밀히 보면 끊임없이 준비한 예비스타들의 소금땀이 숨어 있다. 한눈에 띄진 않았지만 부단히 자기계발을 하며 준비한 예비스타들은 '낭중지추'(囊中之錐), 즉 '주머니 속에 든 송곳'처럼 두각을 나타낸다.

최근 철옹성처럼 여겨졌던 사극 '여인천하'가 감성의 멜로극인 '겨울연가'에 함락당했다. 1년 넘게 지켜 오던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내 준 것이다. '겨울연가'는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며, 특히 '오채린' 역의 박솔미라는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박솔미의 본명은 박혜정이다. 그녀는 1998년 MBC 신인 탤런트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며 등장했다. 깜찍한 외모, 늘씬한 키, 정확한 발성 외에 가무에 능하고 신인답지 않은 애드리브 실력까지 갖춘 그녀는 단연 주목의 대상이었다. 테마게임의 고정 조연에서부터 '섹션TV 연예통신'의 리포터,'개그 삼국지'의 '초선' 역에 이르기까지 나는 그녀와 프로그램을 함께 했는데, 놀란 건 그녀의 성실성이었다.

우선 그녀는 자신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으면 집요하게 매달려 약점을 보완했다. 자신의 연기를 모니터하는 걸로 부족해, 선배들을 찾아 다니며 일일이 조언을 구하는 모습도 특이했다. 이런 그녀이기에 4년 넘게 빛을 못 본 생활을 했는데도 한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해 약 70만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면서 화려하게 부상한 '브라운 아이즈'도 비슷한 경우다. 멤버 중 앨범 표지 그림을 그린 나얼은 99년 '더 팀'이라는 남성 3인조 그룹 출신이고, 곡을 만든 윤건은 남성 4인조 그룹 '앤썸'의 멤버였다. 많은 음악적 실험을 했으나 실패한 두 사람. 그 후 윤건이 나얼을 찾아가면서 브라운 아이즈가 탄생하게 되었고, 2년 동안 절치부심해 의미있는 한국적 R&B를 선보였다.

'오빠'와 '화장을 고치고'로 대어가 된 왁스도 몇 년 전 '경아의 하루'를 발표한 'dog'란 모던 록 그룹의 리드싱어였다. 주접 맨으로 뜬 NRG의 이성진은 '하모하모'라는 2인조 댄스 그룹의 멤버로 활동했었다. 엄청난 가창력 훈련을 쌓은 왁스와 무명 시절에 붙임성이 남다르고 적극적이던 이성진. 그들 모두 노력하고 준비하면서 외롭게 내공을 쌓은 뒤 마침내 스타가 됐다.

결코 우연이 아니다. 준비와 노력으로 낭중지추가 된 것이다. 유준상과 조재현도 오랫동안 준비한 스타들이다. 대중은 냉정하다. "잘 나간다고 고개 들지 말고 못 나간다고 고개 숙이지 말라." 연예계 만고불변의 진리다. 안 뜨면 주머니 속의 송곳이 되라.

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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