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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출 규제 '빛과 그림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정부가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회원을 모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전체 신용카드 이용액 중 현금서비스·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을 내년 말까지 50% 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카드 남발·신용불량자 급증 등 문제가 심각해지자 칼을 빼든 것이다.

신용카드사가 연리 20%가 넘는 현금서비스 수수료를 물려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도 이번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시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수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금처럼 쓰는 신용카드를 길거리 모집을 통해 발급하는 행태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으로, 이를 단속하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듯 싶다.

하지만 대출규모를 인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전체 신용카드 사용액 중 현금서비스·카드론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8년 51.5%, 99년 53%, 2000년 64.6%, 지난해 65.1%로 높아져 왔다.

물건·서비스 값을 치르는 용도로 개발된 신용카드가 대출받는데 더 많이 쓰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급히 돈이 필요할 때 손쉽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도가 낮아 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의 문턱을 못 넘는 사람에게는 신용카드 대출이 구명줄 역할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카드 대출규모를 50%로 억제한다면 씀씀이를 줄이지 않는 한 15%에 해당하는 돈(2001년의 경우 43조원)은 다른 곳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금융 소비자를 연리 1백%를 넘나드는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지적이 많다.

단국대 산업경영대학원 오무영(신용카드과)교수는 "이번 조치는 신용카드가 서민금융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발상"이라며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의 소액 대출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고객만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고 걱정했다. 서민들이 숨쉴 구멍부터 만들어 주는 정책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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