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증시도 모처럼 '햇빛'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해외증시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고 있다.

지난 1월 초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던 미국 뉴욕증시와 일본 증시가 이번주 들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 증시가 엔론사의 부도로 촉발된 각종 부실회계 스캔들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 증시가 부실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임박 소식 등이 전해지면서 최근 5일 연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 국내 주가도 오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 증시 상승세로 전환=다우존스 지수는 13일(현지시간)1개월여 만의 최고치(9,989.67)를 기록하며 10,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나스닥 지수도 이달 초 무너졌던 1,800선을 회복하며 1,900대에 근접했다.

<그래프 참조>

엔론·K마트·글로벌 크로싱의 파산 이후 촉발된 기업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감으로 맥을 못추던 뉴욕증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경기회복을 알려주는 지표들이 다시금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발표된 1월 중 소매판매(자동차 제외)는 전월 대비 1.2% 증가해 2000년 3월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어플라이드 머티리얼 등 대표적인 기술주들이 하반기부터 실적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굿모닝증권 홍춘욱 수석연구원은 "엔론 등의 회계조작 파문은 주가에 반영될 만큼 반영돼 더 이상 악재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들의 부도에도 끄덕않고 주가가 큰 폭으로 뛰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국의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안선영 연구원은 "그동안 꽤 오랫동안 조정이 이뤄졌으나 주가는 크게 빠지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숨 돌린 일 증시 불안=도쿄증시는 지난주 9,400대로 내려앉을 때만 해도 시장붕괴에 대한 위기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 총리가 경기회복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를 이달 중에 내놓겠다고 발표한데다, 8조~9조엔 가량의 공적자금이 금융권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닛케이지수는 14일 10,000대를 회복했다. 일 재무상은 2조~4조엔 가량을 증시부양을 위해 투입하겠다는 의사까지 밝혔다.

교보증권 최성호 책임연구원은 "일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나락에 빠진 일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는 낙관할 수 없다"며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일 증시의 추락을 저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어떤 영향 미칠까=굿모닝증권 홍 수석연구원은 "미 증시에서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반도체·유통·은행 관련주가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네트워크·통신장비 종목은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마찬가지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책임연구원은 "닛케이의 강세는 엔화가 달러대비 1백35엔대 이상으로 가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