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창업공신' 두 교수 은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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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포항공대의 토대를 닦은 '창업공신' 두명이 정년을 맞아 학교를 떠난다.

이정림(李正淋·70·수학·(左))교수와 최상일(崔相壹·70·물리학)교수가 그들. 두 교수는 고(故) 김호길 초대 총장의 간곡한 요청으로 30년 가까이 터를 닦았던 미국 명문대의 교수직과 안정된 생활을 뒤로 하고 신생 대학인 포항공대에 부임했다.

당시 金총장의 부름을 받고 한국행을 택해 '창업공신'으로 인정받은 해외파 교수는 12명. 그 중 다섯명이 이미 퇴임해 두 교수가 물러나면 다섯명이 남는다.

학교측은 이들 교수에게 특별 연금을 지급하는 등 각별한 '대접'을 해주고 있다.

미 미시간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포항공대가 개교한 1987년 부임한 李교수는 '전산 수학'이란 개념을 정립했다.

국내 응용 수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수학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포항공대에서 무인 자동차의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했다. 이는 수학을 공학분야에 응용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미 노스캐롤라이나대 물리학과에서 28년간 강의했던 崔교수는 89년 부임해 국내 최초로 대학 교육방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대학교육개발센터를 설립했다. 강의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졸업생들에게서 수차례 '베스트 티처상'을 받기도 했다.

이 교수들의 노력에 힘입어 포항공대는 짧은 시간에 아시아위크가 선정하는 아시아 최고 이공계 대학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崔교수는 "포항공대로 오기 전 한국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싶어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하다 보니 10여년이 금세 지나가 버렸다. 앞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교수는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소망이었던 만큼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완성되지 않은 연구 논문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자원봉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崔교수의 퇴임식은 15일 오후 3시30분, 李교수의 퇴임식은 22일 오후 1시30분 포항공대 정보통신연구소에서 열린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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