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테러 新질서' 中·日 동참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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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일본·한국·중국을 차례로 방문한다. 이번 순방은 당초 지난해 가을로 예정됐다가 9·11 테러 때문에 연기된 것으로, 부시 취임 후 동북아 3국과의 첫 개별 정상회담이다. 미국이 방한보다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방일·방중의 주요 의제를 점검했다.
◇미·일 협력 더욱 강화=오는 17일 일본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9·11 테러 이후 강화된 미·일 협력관계를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 안보 강화, 일본경제 회복 방안, 북한문제 등이 주된 의제다.
주일 외교소식통은 "부시가 고이즈미에게 미·일 안보동맹을 국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하는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 관계'로 발전시키자는 제안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제문제에서는 부시가 고이즈미 총리를 지원할 의사를 밝히면서도 부실채권 등 불안요인을 확실히 정리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는 최근 "부시가 고이즈미와의 회담에서 고이즈미의 구조개혁 정책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지난 6일 "부시가 고이즈미에게 부실채권의 빠른 정리, 디플레이션 회복, 엔저 묵인 등 세가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은 북한 문제에 대해선 미국에 대한 '원칙적인 협력'을 강조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근 부시의 '악의 축' 발언에 대해 "미국·한국과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되 북한과도 외교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민감한 문제는 피할 듯=부시는 중국에서도 '테러대응 협력'을 우선적인 의제로 삼을 것이 확실하다. 9·11 이후 중국은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에 협조해 왔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협조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은 대만 문제나 중국 내 인권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강경하게 거론해 중국을 자극하는 일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은 지난달 밝혀진 장쩌민(江澤民)주석 전용기 내 도청기 설치 사건이나 미군 정찰기·중국 전투기 충돌사건 등에서 보여주었듯이 '조건부 타협'장치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인 질서에 따른 뒤 나름대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계산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따른 국내의 부작용, 이로 인한 정치적 부담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도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이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티베트 등 소수민족 문제 등에서의 자국 입장을 굳이 무리하게 관철하려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한 문제도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중요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도쿄=오대영,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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