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마술 콘서트 여는 최현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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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꼬시려고 마술하는 거라면 당장 그만 둬!"

얼마 전 종영한 SBS TV 드라마 '매직'에서 주인공 선모(양진우 분)의 마술 선생 역으로 출연했던 신세대 마술사 최현우(26)씨는 이 대사를 하면서 속이 뜨끔했다고 한다. 앳된 용모와 달리 벌써 마술 경력 8년차인 그가 고3 때 처음 마술을 접한 계기가 바로 짝사랑하던 누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최씨가 1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여는 생애 첫 마술 콘서트의 주제 역시 '마술같은, 영화같은 사랑'이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갖가지 마술쇼와 함께 연인들을 위한 사랑 고백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제 머리는 못 깎았지만 대리만족이라도 해야죠, 뭐."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처음 4~5년 간은 부모 몰래 마술을 배우러 다녔다고 한다. 2002년 국제마술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후에야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냈다(이 대회에 참석했던 세계적 마술사 데이비드 커퍼필드는 최씨에게 "개성과 연기력이 돋보이는 마술사"라는 호평을 했다).

"'해리포터'의 성공 이후 국내에서 마술사의 인기가 높아져 기쁘다"는 그는 1999년 마술 친구 이은결(24)씨와 함께 마술 교육.공연기획사인 '비즈매직'을 차렸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마술 꿈나무를 키워보고 싶어서였다. 최씨는 이번 마술 콘서트가 끝난 뒤엔 두번째 드라마에 도전한다. 마술사가 아닌 일반 젊은이 역할이다. "마술사도 일종의 연기자잖아요. 힘들긴 하지만 TV 연기가 마술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공부하는 마술사'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엉뚱하게도 대학 졸업 후 경영학 석사(MBA)를 따겠다는 최씨는 "동양인 최초로 라스베이거스 마술쇼에 진출하는 게 궁극적인 꿈"이라고 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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