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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오뉴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봄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초여름인 6월이다. 벌써 대부분 지역의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고 있다. 음력으로도 곧 ‘오뉴월 더위에는 염소 뿔이 물러 빠진다’는 오뉴월로 접어든다.

‘오뉴월’은 오월과 유월을 함께 뜻하며 여름 한철을 일컫는 말이다. 6월을 일월·삼월처럼 ‘육월’이라 하지 않고 ‘유월’로, 5·6월을 ‘오륙월’이라 하지 않고 ‘오뉴월’로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육월’이나 ‘오륙월’로 쓰면 어떻게 될까.

한자어는 본음으로도, 속음으로도 발음한다. 속음은 본음과 달리 일반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음을 뜻한다. ‘육월(六月)’을 ‘유월’로, ‘오륙월’을 ‘오뉴월’로 읽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경우 받침이 없는 것이 발음하기 쉽고 듣기에도 부드럽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활음조(滑音調)’ 현상이라 한다.

‘유월’과 마찬가지로 ‘십월(十月)’도 ‘시월’로 읽는다. 보리(菩提), 보시(布施), 도량(道場) 역시 본음과 달리 소리 나는 것들이다. 이 밖에도 팔일(八日)/초파일(初八日), 목재(木材)/모과(木瓜), 분노(憤怒)/희로애락(喜怒哀樂)처럼 같은 한자어이지만 달리 읽히는 것이 많다.

맞춤법은 ‘유월’ ‘오뉴월’과 같이 속음으로 읽히는 것은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어 ‘육월’이나 ‘오륙월’이라 쓰면 틀린 말이 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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