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의 여왕'3色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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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겨울올림픽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피겨스케이팅이다. 그 중에서도 자그마한 체구의 요정들이 거울 같은 얼음 위를 누비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여자싱글은 꽃 중의 꽃. 솔트레이크시티 겨울올림픽에서는 누가 '은반의 여왕'에 등극하며 대미를 장식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크다.
◇건재 과시한 미셸 콴
세계선수권 4회 우승, 전미선수권 5연패 등 화려한 성적표가 말해주듯 우승 트로피에 가장 근접해 있는 선수는 미셸 콴(22·미국)이다. 일곱살 때 미국 내 피겨대회에 출전, 첫 우승을 차지하는 등 어릴 적부터 발군의 기량을 보이며 주목을 받아왔던 콴은 열여섯살되던 해인 1996년에 전미선수권과 세계선수권대회를 잇따라 석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그의 화려한 성적표에 유독 올림픽 금메달만은 기록돼 있지 않다. 우승이 확실시됐던 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팀 동료인 리핀스키에게 석패해 은메달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성적이 다소 부진하자 전성기가 짧은 피겨의 특성상 '이미 정년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달 전미선수권에서 다섯번째 우승의 대기록을 수립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고의 테크니션 이리나 슬루츠카야
콴을 가장 위협하는 선수는 이리나 슬루츠카야(23·러시아)다. 어릴 적부터 세계적인 지도자 그로모바에게 전수받은 탄탄한 기본기에 다양한 테크닉이 가미된 화려한 연기로 세계 최정상급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실수가 많은 게 흠. 오죽하면 좌우명을 '절대 넘어지지 말자'로 지었을까. 그 때문에 큰 대회에서 대체로 부진했다. 유럽선수권 우승 경력은 있지만 세계선수권에서는 이렇다할 성적을 못냈고, 나가노 올림픽에서는 5위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열린 여덟번의 메이저 이벤트에서 여섯번이나 콴을 눌렀던 기세를 살려 이번 대회에서 큰 실수만 피한다면 조국 러시아에 금메달을 안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떠오르는 별 사라 휴
미국 최고의 인기스타는 의외로 미셸 콴이 아니라 올해 전미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한 여고생 사라 휴(17)였다. 귀여운 얼굴에 타고난 발랄함으로 깜찍한 연기를 펼쳐 관객들로 하여금 저절로 박수를 보내게 한다는 것이다.
세살 때 이미 스케이트화를 신었던 그녀는 98년 전미 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하며 단번에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99년 비엔나컵 1위, 2001 전미선수권 2위, 2001 스케이트 캐나다 1위 등 최근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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