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이렇게 바꿉시다 <3> 쾌적한 숙식·관광 이렇게 (上) 음식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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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무리 멋진 볼거리가 있어도 전날 밤 잠자리가 불편했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했다면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법이다. 특히 낯선 곳일수록 먹고 자는 기본적인 욕구를 어떻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하다. 외국인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돌아가고, 다시 와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식당, 숙박시설, 관광·쇼핑지의 문제점과 대안을 세 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음식맛 떨어뜨리는 서비스
지난 6일 오후 1시 광주시 금남로 2가의 A한식집. 손님이 들어서자마자 여종업원이 둘둘 말린 물수건과 물컵을 내려놓고 주문을 받는다. 손을 닦으라고 내놓은 물수건은 냉장고에서 금방 꺼낸 듯 꽁꽁 얼어 있어 펴기조차 힘들다. 물은 알아서 따라 마시라는 듯 물병만 올려놓고 간다. 주문을 받아 적으면서도 종업원의 눈은 다른 손님에게 가 있다.
이런 불친절은 식사 내내 이어졌다. 종업원과 눈을 마주치기 힘들어 추가 주문을 하려면 일어서서 카운터 쪽에다 소리를 질러야 한다. 식탁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옆자리에 단체손님이라도 있으면 큰소리를 내야 겨우 대화할 수 있을 정도다. 맛깔스런 음식으로 유명한 광주지만 서비스는 이처럼 엉망인 실정이다.
서울도 마찬가지다. 지난 4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 다동 D갈비집. 중심가에 있는 1백여 석의 대규모 식당이지만 외국어 메뉴판은 없다. 종업원을 몇번씩 불러야 수저 등을 가져다준다. 손님 최경한(48)씨는 "점심시간 등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는 짐짝 취급받기 십상"이라며 "월드컵을 앞두고 요식업소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외국인 관광객 5천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음식점 만족도(5점 만점)는 '보통'수준인 3.76점에 그쳤다. 특히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 가운데 '맛있는 음식'을 둘째로 꼽았으나 반대로 가장 불편한 것 8위에 '불결한 음식점'을 꼽았다. 정인대 호텔조리과 박희준(朴熺俊)교수는 "관광공사의 '깨끗한 식당' 선정 작업을 위해 실사를 나가 보면 전통 음식점일수록 맛은 있는데 서비스가 미흡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외국인 배려 안하는 음식문화
경기도 수원에서 대형 갈비집을 운영하는 K씨는 지난달 말 낯뜨거운 일을 당했다. 일본의 잡지사 기자라는 남녀 두명이 찾아와 수원 갈비 만드는 법, 맛있게 먹는 법 등을 물었지만 일본어로 준비된 안내서가 없어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수원시는 월드컵 경기장 주변에 갈비 거리를 만들고 갈비 축제도 열 계획이지만 정작 수원 갈비를 알릴 안내서나 홍보물은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수 식당들이 한글 메뉴판만 사용,외국 관광객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서울시의 경우는 더 한심하다.서울시는 지난달 모범음식점 5천5백여 곳을 소개하는 『서울의 모범음식점』이란 책자을 만들어 호텔·여관 등 숙박업소에 배포했다. 그러나 이 책자는 한글로만 제작돼 서울시 간부회의에서조차 "외국인 대상 홍보 책자를 한글로 만드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방바닥에 앉아서 먹는 것도 국내인들에겐 편하지만 외국인들에겐 곤혹스러운 문화다. 관광 전문가들은 또 수저를 한 통에 무더기로 넣는 것도 외국인들에겐 낯설다고 지적한다.
하나씩 종이 커버로 싸서 손님 앞에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에 사는 일본인 미치가미 히사시(道上尙史·44·공무원)는 "화장실용 두루마리 화장지가 식탁 위에 놓여 있는 것을 본 뒤 식당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음식점 문화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문을 받을 때 손님들에게 자장면·볶음밥 등 메뉴 이름을 부르며 "먹을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는 종업원의 태도는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불쾌감 주는 손님 매너도 문제
대구에서 깨끗하고 친절하기로 유명한 상동 K삼계탕은 TV가 설치된 화장실, 영어 등 4개 국어로 된 메뉴판 등 손님 맞이 준비가 잘된 음식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주인 김창민(43)씨의 고민은 딴데 있다. 실내에 금연 표시가 되어 있는데도 담배를 피우는 내국인들 때문에 골치라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화장실 벽에 달아 둔 소형 장식 액자(7천~8천원 상당)가 1년여 동안 10여개가 없어지기도 했다.
서울시 유병출(柳炳出)식품위생팀장은 "월드컵을 앞두고 요식업소 서비스나 시설을 개선해야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식당 매너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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