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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효율 확 높이는 정서 계발

중앙일보

입력

동아리 활동, 적극성·자신감 심어줘요

하루 종일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다고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학습량보다는 얼마나 집중했는가가 중요하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집중이 되지 않을 땐 다음의 공부를 위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럴 때 감성까지 계발할 수 있는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스트레스는 없애고 집중력은 강화하는 정서 계발활동으로 학업 효율을 높이는 청소년들을 만났다.

1인 2기, 음악·스포츠 활동으로 스트레스 풀어
“클라리넷, 지휘자의 손만 보란 말야. 바이올린, 너무 빨라, 속도를 늦춰.” 지휘자 이영애 교사(하나고 예체능과 학과장)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진다. 첫 정기공연을 앞둔 탓인지
긴장 때문에 학생들의 손놀림이 마음 같지 않다. “자, 다시 한번 가보자. 그 동안 연습 많
이 했잖아.” 콘서트마스터인 장형윤(1학년)양이 단원들의 사기를 복돋는다. 지난 달 26일
하나고 야외공연장, ‘하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리허설 현장이다.

‘하나 필하모닉’은 하나고 학생 32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다. 3개월 전에 시작돼 1학년 학생으로만 구성된 초보 오케스트라지만, 바이올린플룻첼로오보에 등 갖출 건다 갖춰 모양새가 그럴듯하다. 하나 필하모닉은 하나고의 ‘1인 2기’라는 정서계발을 위한 방과후활동 덕분에 생겼다. 월수요일엔 클라리넷드럼트럼펫기타 등 총 19종의 악기 수업이, 화목요일엔 농구검도댄스 등 스포츠 활동이 이뤄진다. 하나고 학생은 누구나 악기와 스포츠를 각각 1종목씩 선택해 배운다. 현직에서 활동하는 음악가선수들이 강사를 맡아 딱딱한 이론수업보다는 직접 해보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업을 한다.수업 시간 외에도 연습실을 개방해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처음엔 ‘1인 2기’ 수업에 대해 학생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1학년이지만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만만치 않아서였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학생들의 모습에서‘공부 스트레스’는 남의 얘기처럼 느껴진다. 일렉기타반의 박상현(1년)군은“신나게 기타를 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며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 수업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좋아했다.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확실히 공부하는 것이 집중력 면에서 더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이 교사는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정서계발 활동은 자아존중감을 형성하고 감성을 풍부하게 해준다”며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무대 서며 길러진 자신감은 발표력 향상에 도움
지난 달 29일 오후 3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청소년광장엔 300여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잠실여고의 댄스동아리인 ‘What’s up’학생들의 공연이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여고생이라 믿기 힘들 정도의 힘찬 댄스공연에 연신 박수가 쏟아진다. 이날 청소년 광장에선 총 9개 팀의 청소년동아리들이 갈고 닦은 재주를 선보였다. 서울관광고의 ‘난타팀’, 서울 동신초의 ‘필라댄스(스포츠댄스)’, 서울 둔촌고의 ‘미르패(풍물)’ 등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2010 서울 청소년문화존’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청소년들이 주체가 돼 기획하고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을 열어주자는 취지다. 지난 달 부터 6개월 동안 매주 토요일 10여개 팀이 참여하게 된다.

동아리 활동은 청소년 정서계발 활동 중 가장 대표적이다. 선후배 사이 친목을 도모하고 적은 비용으로 여가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난타팀’의 최은진(서울관광고 3)양은“공연 기획부터 연출연습무대설치 등 모든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한다”며 “자연스럽게 기획력자신감적극성 등이 길러진다”고 장점을 꼽았다. 몇 시간 이어지는 연습 동안 선후배 사이에 길러지는 협동심과 사회성도 중요한 경험이 된다. 학교생활이 즐겁게 느껴지는 것은 덤이다. 연습으로 부족한 공부량은 수업시간에 집중해 해결한다. 같은 팀의 황진하(서울관광고 3)군은 “’수업시간만 집중하자’란 각오로 수업을 들으니 집중력이 더 발휘됐다”며 “이런 환경이 오히려 득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대경험 속에서 길러진 자신감은 발표력 으로도 이어진다. ‘What’s up’의 신유정(잠
실여고 2)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이젠
친구들 앞에서 발표도 잘 한다”고 변화를 얘기했다. 이런 경험은 입학사정관제에 제출할
좋은 사례가 되기도 한다. 한국청소년동아리 연맹 이승렬 본부장은 “청소년동아리는 기
본적으로 자기주도적 활동일 수 밖에 없다”며 “활동과정에서 길러지는 리더십기획력
협동심 등이 학생의 성장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청소년동아리연맹에는 전국 4200여 개 동아리, 4만5000여 명의 학생들이 가입해 활동 중이다. 풍물스포츠악기국제교류봉사 등 종류도 다양하다. 동아리 활동에 관심 있는 학생들은 청소년동아리종합사이트(youthclub.or.kr)에서 관심주제를 검색해 참여할 수 있다. 또 지역의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센터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이 본부장은 “댄스연극풍물 등은 기초교육과정도 개설하고 있다”며 “초보과정을 수료한 뒤 동아리 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설명] 지난달 26일 오후 5시 하나고 어울림관 앞 야외공연장에서 ‘하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첫 정기공연을 앞두고 마지막 리허설 중이다.< p>

<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황정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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