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통 연구 더뎌 세계로 못 나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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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국립수의과학검역원(옛 국립동물검역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개는 모두 2만9백64마리다. 1999년 2천여마리, 2000년 6천여마리에서 급속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진돗개나 삽살개를 수출했다는 기록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에는 4백여종의 명견이 있다. 세계 각국은 오랜 연구와 교배를 거쳐 고유 품종을 개발했다. 독일은 스테파니츠 등의 토종개를 보존·개량해 셰퍼드·도베르만 등 세계적인 명견으로 길러냈다. 일본은 정통주의 바람이 불던 제국시대 산간 오지에 버림받은 채 남아 있던 아키다·기슈·시바 등의 토착견을 발굴해 보호했다. 중국도 차우차우·시추·샤피 등 독특한 모양을 지닌 개들의 혈통을 지켜왔다.
이에 비해 우리의 토종견들은 세계무대에서 아직 낯선 편이다. 진돗개는 95년 세계축견연맹(FCI)에 한국개로는 유일하게 등록됐지만 2005년 다시 정식등록 절차를 밟아야 한다. 표준체형 등에 관한 연구가 덜 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FCI와 더불어 세계 개단체의 양대 산맥이라는 '케넬클럽'에는 아직 등록조차 못한 상태다.
혈통이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삽살개는 이제 막 혈통복원을 끝내고 보급운동에 들어섰다. 북한이 '범잡는 개'로 선전할 만큼 용맹한 풍산개도 북한체제의 폐쇄성으로 세계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 개의 세계화가 더딘 것은 애견 선진국들에 비해 혈통 및 육종(育種)에 대한 연구가 늦었기 때문이다. 진돗개는 38년 일본인 모리(森爲三)경성제대 교수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게 보호의 시초였다. 삽살개는 일제 때 개가죽(犬皮) 공출로 멸종될 뻔했다가 60년대 중반이 돼서야 경북대 탁연빈 교수팀의 육종작업으로 겨우 순종을 찾았다.
진돗개의 경우 관련단체의 난립도 문제다. 수십개나 되는 애견단체들이 저마다 다른 진돗개의 표준체형과 혈통기준을 들고 나와 체계적인 연구에 오히려 혼란을 주고 있다.
경북대 하지홍(유전공학과)교수는 "난립한 애견협회를 통합하고 심사와 혈통서 발행을 단일화해 혈통의 기준을 세우는 게 우리 개의 세계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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