智將 김진감독의'성공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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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프로농구 동양 오리온스 김진(41·사진)감독. 그처럼 1년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두루 경험한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지난해 코치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9승36패, 치욕의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1년여. 동양 오리온스는 6일 현재 28승12패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움츠렸던 용이 비를 만난 격이라고나 할까. 1년 사이 오리온스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해진다.
◇자신감을 가져라
김감독은 사령탑을 맡으면서 선수들의 자신감 회복에 역점을 두었다고 했다. 지는데 익숙해진 팀의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전희철·김병철 등 원년 멤버들에게 자신감을 갖도록 주문했다.
이를 위해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부터 곧바로 고강도 훈련을 시켰다. 훈련은 하루 두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대신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강도를 높였다. 수비훈련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고 그날의 슛 적중률은 체육관 벽에 표시했다. 상향 곡선을 그리는 적중률 그래프를 보며 선수들은 서서히 자신감을 찾아갔다.
◇우수 선수 보강
2000년 가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리온스는 가드 김승현을 뽑았다. 센터는 외국인 선수로 채운다는 계획이어서 게임을 조율할 가드가 필요했던 것. 그해 2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코리아텐더 푸르미는 2순위 후보로 꼽히던 김승현 대신 전형수를 택했다. 전선수의 득점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3순위였던 오리온스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김승현을 찍었다. 김선수는 지난 1년간 훈련을 거쳐 이번 시즌 특급 가드로 성장해 맹활약하고 있다.
오리온스는 또 지난해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한 트라이아웃에서도 역시 다른 팀들의 외면을 받은 알짜 센터 라이언 페리맨을 마지막 지명하는 행운도 얻었다.
◇배우는 지도자
본격적인 지도자로 나서면서 김감독은 지장(智將)이 되고자 했다.맹장(猛將)도 좋고 덕장(德張)도 좋지만 선수들한테 '배우는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배우려는 감독 앞에 따르지 않는 선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선수들과의 이런 신뢰가 오리온스의 변화를 이끈 원동력이란 생각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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