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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의 입시 전쟁 '대학 편입 열풍'

중앙일보

입력


대전 ㅇ대 휴학생인 송아무개(22)씨는 수도권 대학으로의 편입을 준비하기 위해 4개월 전에 상경했다. 고시원에서 생활 하고 있는 그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편입학원으로 향하는 시간은 매일 오전 7시. 송씨는 서울 ㄱ대에 편입하기 위해 하루 10시간 이상을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송씨가 편입에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이유는 지방대라는 학벌이 취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년 수도권에 있는 전문대를 졸업한 이아무개(24)씨 또한 편입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문대 졸업생으로 취업할 수 있는 직종이 한정되어 있음을 체험하고는 좀 더 폭 넓은 취업의 기회를 갖기 위해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을 결심한 것이다. 이씨는 서울 ㅅ대에 편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전문대 출신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열등감을 모두 날려버릴 것”이라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편입학원계에서 잘 알려진 김영편입학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학기 서울 및 수도권 전체 70개 대학의 일반 편입학 모집 인원은 11,051명으로, 2007년 9,946명, 2008년 10,193명, 2009년 10,346명과 같이 2007학년도 이후 비슷하거나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편입을 지원하는 인원은 더 크게 늘어나 매년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및 수도권 대부분 대학은 영어 시험을 통해 편입생을 선발한다. 성적 또는 면접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폐지되거나 반영 비율이 작아지는 추세다. 결국 영어가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별도의 전공 시험 없이 영어 시험만으로 편입생을 선발하는 대학 중 ‘Top 7’이라 불리는 고려대, 성균관대, 서강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는 경쟁률이 더욱 치열하다. 올해 1학기 이들 대학의 경쟁률(일반편입 기준)은 서강대 52.90:1, 한양대 42.32:1, 한국외대 32.53:1, 성균관대 32.19:1, 고려대 30.36:1, 중앙대 29.26:1, 경희대 25.39:1 등이다. 또한, 최대 21회까지 복수지원이 가능해서 대부분 한 사람당 6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며 10개 이상의 대학에 지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는 마치 대학 입시를 방불케 해 학생들 사이에서는 ‘제 2의 입시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김아무개(23)씨는 좀 더 자신의 적성에 맞는 전공 공부를 하고 싶어 현재 학교를 다니며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김씨는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춰 대학을 진학한 경우다. 김씨는 이름 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뚜렷한 목표가 없어 오랜 시간 방황해 왔다. 이에 대해 김씨는 “학력 지상주의에 길들여진 많은 학생들이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수능 공부를 하고, 미래에 대한 뚜렷한 목표와 계획 없이 수능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진학 한다”며 “학력 지상주의라는 문제가 목표의식 소멸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함으로써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편입 열풍에 따른 피해나 부작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아무개씨는 “편입이란 제도가 있기 때문에 뒤늦게나마 발견한 내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나아갈 수 있는 것 같다”며 편입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높은 청년 실업률로 조금이라도 좋은 학벌을 얻기 위한 대학생들의 편입 행렬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 정소영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의 산학협력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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