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재건축 시장 곳곳서 집값 띄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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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상반기에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둘러싸고 투기바람이 또다시 몰아칠 것으로 우려된다.
상당수 재건축조합이 재건축을 까다롭게 한 도시·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되는 하반기 전에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건설업체들은 사업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법이 바뀌는 사실을 조합측에 알려 시공사 선정시기를 앞당기도록 부추기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에 따라 시공사 선정 과열에 따른 집값 불안과 재건축 투기를 막기 위해서는 법이 시행 되기전이라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뒤 바뀐 시공사 선정 많다=지금은 재건축조합이 아무 때나 시공사를 선정할 수 있다. 때문에 상당수 조합은 이를 악용해, 용적률·지구단위계획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공사를 선정한다. 일부 시공사와 조합은 사업계획을 부풀려 집값을 띄우기도 한다.
민원도 여기서 비롯한다. 시공사 선정 때 법에 맞지 않는 사업계획을 발표한 뒤 사업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용적률을 올려 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둘러싼 집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 조합은 사업승인을 받은 뒤 시공사를 정해야 한다.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용적률과 착공시기 등을 과장하는 게 불가능하게 된다.
이에 따라 서울 강동구 고덕시영·주공2단지 등 조합들은 상반기에 시공사를 선정해두기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강동구 둔촌 주공, 서초구 반포동 한신1차·삼호가든, 경기 의왕시 포일주공, 과천시 주공저층 등도 시공사 선정을 앞당길 태세다.
L건설 관계자는 "업계에선 법이 바뀌기 전에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더라도 공사를 따놓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투자는 신중히="시공사 선정을 전후해 투자하는 이들은 착공 시기·용적률 등 사업내용은 묻지도 않습니다. 언제 착공하든 값만 오르면 된다는 식이죠."
서울 강남에서 10년 남짓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김모씨는 재건축아파트의 시공사 선정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실제 서울 개포·반포·청담동과 경기도 과천·의왕 등의 재건축 단지가 시공사 선정 뒤에 2천만~1억원이 훌쩍 오르자 '시공사 선정=가격 급등'으로 여겨 투자 행렬에 가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재건축추진이 3~5년씩 제자리 걸음을 하는 단지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시공사 선정 열기가 달아오른 고덕·둔촌주공 등은 잠실·도곡 등 저밀도지구와 달리 따로 지구단위계획을 세워야 하고, 용적률도 서울시의 방침대로라면 2백% 이하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부 조합은 실현성이 희박한 용적률(2백49~2백89%)을 내놓아 서울시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성종수·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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