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철 앞두고 전세 동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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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서 수급불균형이 심해지고 있다. 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강북과 분당·일산 신도시 등에서 전세 물건은 거의 없고 월세는 남아도는 것이다.
지난해 가을의 극심했던 수급불균형이 겨울을 맞아 월세 수요가 줄면서 수그러들었으나 요즘 새로 입주하거나 임대계약이 끝난 물건들이 대거 월세로 나오면서 전세 물건이 부족해졌다.
이 여파로 전셋값이 치솟자 아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 10~30평형대 중소형 아파트 매매값이 많이 올랐다.
지난해 12월에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아파트는 24평형 임대물건의 70~80%가 월세다.
이 때문에 지난달 1억원이던 전셋값이 이달 들어 1억1천만원으로 올랐고 매매값도 평균 1억5천만원으로 5백만원 상승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단지에도 신혼부부 수요가 몰리고 있으나 월세가 많아 전셋집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10~20평형대가 많은 주공아파트는 이달 들어 전셋값이 5백만원 가량 올랐다.
특히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등 상계동 매매값도 상승하고 있다.
주공12단지 25평형은 1주일 새 1천만원 정도 오른 1억1천만~1억2천5백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상계동 상원공인중개사무소 주경희 사장은 "주택임대사업자가 많아 월세로 내놓는 집주인이 지난 연말에 비해 10% 가량 늘었다"며 "중개업소마다 갖고 있는 임대 물건의 80% 정도가 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월세 이자율이 1% 이하로 떨어져도 찾는 사람이 거의 없고 오히려 집을 사려는 수요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신도시 사정도 다르지 않다. 분당 서현동 주변은 최근 임대로 나오는 물건 10건 가운데 7건이 월세다. 지난 연말만 해도 신도시 평균 월세물건이 33%선(건설교통부 조사)이었음을 감안하면 새해 들어 월세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알 수 있다. 이같은 여건이 전셋값과 매매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시범우성 25평형은 지난달보다 1천5백만원 정도 오른 1억3천5백만~1억4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아파트 매매값도 한 주 새 4천여만원 올라 2억원을 뛰어넘었다.
분당 신도시내 20평형 이하 매매값은 지난 한 달 동안 8.72%나 올라 전체 매매값 평균상승률(6.02%)을 훨씬 웃돌았다. 분당 LBA공인중개사무소 김홍자 사장은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이달 말까지는 전세·매매값 오름세가 계속되고, 특히 신도시의 강세행진이 인근 수도권 아파트시장으로 옮겨 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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