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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물 모아 一石二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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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물 그 자체가 바로 수자원입니다.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이용한다면 댐을 작게 지어도, 댐 건설 시기를 다소 늦춰도 됩니다."
대한상하수도학회·빗물이용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빗물모으기 운동 국제워크숍'이 지난 2일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개최됐다.
빗물이용연구회 위원장인 서울대 한무영(지구환경시스템공학)교수는 이날 "선진국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빗물 이용에 관심을 쏟아왔다"면서 "물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수자원 확보를 정부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개인·가정에서 빗물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빗물 이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국내외 빗물 이용 사례와 효과 등을 살펴본다.
◇빗물 이용의 필요성=유엔은 한국을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1인당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치의 10분의1에 불과하면서도 물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기 때문이다.
특히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지표면이 콘크리트 등으로 뒤덮였기 때문에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다. 강수량이 여름철에 집중된 우리나라에서 빗물을 적절히 이용하면 부족한 수자원을 보충하고 도시의 생태계를 살릴 수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이호(金利鎬)박사는 "빗물·지하수와 한번 사용한 물을 걸러 다시 쓰는 중수도를 서로 연결하면 수자원을 확보하고 도심지 홍수도 예방하는 등 도시의 물 순환을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빗물 이용 사례=일본에서는 '빗물 이용을 진행하는 시민의 모임(PPRU)' 등이 빗물을 모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생활제품들을 보급하고 있다. 도쿄(東京)시내에서 빗물을 모아 이용하는 개인주택과 공공건물이 7백50채에 이른다.
특히 도쿄 동부에 위치한 스미다시에서는 1982년부터 면적이 8천4백㎡(2천5백여평)인 스모-레슬링 경기장 지붕에 떨어지는 빗물을 지하 수조에 모은 뒤 이를 화장실 용수와 냉각탑 보충수로 이용하고 있다.
독일은 지역별로 빗물을 모아 사용하는 종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각 건물의 지붕(7천㎡)에서 흘러내리는 빗물과 주차장·도로(2천㎡) 등에서 나오는 빗물은 빗물관(직경 4백㎜)을 통해 지하 물탱크(1백60㎥)로 모아진다. 이 물은 몇 단계의 처리과정을 거친 후 80가구 정도에 정원 급수용이나 화장실 용수로 공급된다.
대만의 한 종합병원에서는 빗물 저장·급수 시스템을 도입해 화원용으로 쓰고, 시립 동물원에서는 연간 30만㎥의 빗물을 모아 정원에 뿌리는 물과 화장실 용수 등으로 쓴다.
한편 빗물 모으기와 관련된 국제회의가 82년부터 2년 간격으로 개최되고 있다. 91년에는 국제 빗물모으기협회(IRCSA)가 정식으로 출범, 기술개발·정보교환 등의 국제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 현황·전망=환경부는 지난해 9월부터 개정된 수도법에 따라 지붕면적이 2천4백㎡ 이상인 종합운동장이나 관람석 숫자가 1천4백석 이상인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개축할 때 빗물 이용 시설을 의무 설치토록 했다.
이에 따라 월드컵 경기장 가운데 인천·대전·수원·전주·서귀포 등 5개 구장에 빗물 이용 시설이 설치돼 있다.

<표 참조>
건설기술연구원 金박사는 "오는 4월 착공될 서울 상암동 미니 신도시에 빗물 이용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빗물 이용시설에 대한 지침서를 만들고, 친환경 건축물의 심사 항목에 이 같은 시설을 포함시키겠다"며 "빗물 이용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나가고 시범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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