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내 200개 스크린 全국민 관객화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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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4면

바야흐로 우리 영화의 전성기다. 일부에선 "하늘이 내려준 호기"라고 표현한다. 한국 영화가 요즘처럼 '뜬' 적이 없기 때문이다.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작품의 품질이 높아졌고,유능한 인재들이 영화계에 밀려들었다. 그 중 가장 큰 동인은 복합 상영관(멀티플렉스)의 확산이다.다양한 영화와 쾌적한 시설로 '휴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인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국내 복합 상영관 체인 가운데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동호(46·사진) CGV 대표. 지난달 23일 구로점을 개관하며 전국 85개의 스크린을 갖췄다. 오는 7월과 12월엔 각각 목동점과 수원점도 선보인다. 연말께 도달할 스크린 수는 1백여개. 1998년 4월 서울 강변점을 출범시킨 이후 공격적 행보를 늦추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갈 길이 더 멉니다. 2005년까지 전국 20개 지점,2백여 스크린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그의 말에서 우리 영화계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지난해 CGV를 찾은 관객수는 총 1천3백70만명. 국내 영화 관람객의 17% 가량을 차지했다. 올해 목표치는 1천8백만명이다. 98년 이후 누적 관객수는 지난 1월말 현재 3천만명을 기록했다.
"이제 극장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돼야 합니다. 다행히 상황은 좋은 편이죠. 국내엔 청소년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협소한 탓에 극장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박대표는 복합상영관의 '신규 고객' 창출 효과를 주목해달라고 부탁했다.
예컨대 인구 40여만명인 분당에 복합상영관 두 곳을 연 결과 지난해 2백여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것. 요즘 우리 영화계가 전대미문의 활황을 맞고 있지만 아직 극장시설이 부족한 지역이 많기에 앞으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복합 상영관의 부작용에 대해 물었다. 흥행이 될 만한 영화를 서너 개 스크린에서 집중 상영하는 탓에 이른바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는 질문이었다.
그의 대답은 명료했다. "글쎄요. 극장은 사업을 하는 곳입니다. 이익을 창출하는 장소라는 뜻이죠. 고객이 희망하는 영화를 상영하는 건 자연스런 행동이 아닐까요. 만약 고객들이 예술 영화를 원한다면 극장도 당연히 그 요구에 따르겠죠. 관객이 늘어날수록 영화에 대한 기호도 다양해질 것으로 믿습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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