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래세 낮추고 투기성 거래 억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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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부원 회장

인터뷰 도중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디시라구요. 예 예, 어디에 있는 땅인데요."

"이천이라...평당 얼마인가요. 언제 개발이 되는데요."

"평당 72만원에 분양한다. 40~50만원하는 땅도 있다고요. 제가 생각해보고 전화를 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대한공인중개사협회 김부원 회장(사진)은 한숨을 지으며 말했다.

"기획부동산업체 입니다. 하루에도 평균 2~3건씩 이런 전화를 받는데 사실을 확인해 보면 대부분 근거없는 허위정보 입니다."

실제로 이같은 업체들의 농간에 속아 거액을 날리고 협회에 문의를 하는 시민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는 "정부가 이같은 사기부동산거래업체들로 부터 사기당하는 국민들을 보호할 법개정은 않고 부동산경기를 냉각시키는 정책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현재의 부동산 정책은 총체적으로 문제"라며 "부동산 거래세를 더 낮추고 투기성 부동산 보유에 대해서는 세금을 더 높히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동산중개업법 개정 논란, 1가구 3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논란, 부동산거래 신고제 확대, 부동산중개사시험부정등 산적한 현안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김회장을 만났다. 그는 "방법은 뻔한데 정부가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며 시종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현정부 들어 부동산경기가 죽었다고 합니다.

"정책이 그러니 그렇수 밖에요. 부동산경기가 살아날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요. 지난번 부동산중개업법 개정반대에 사력을 다한 것도 부동산경기를 죽일수 없어서 입니다.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심의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개정안의 문제는 부동산규제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겁니다. 외면상으로는 거래세를 약간 내리고 보유세를 올리는 것으로 돼 있지만 과세를 실거래가로 하기 때문에 현재보다 거래세가 훨씬 많습니다. "

-그렇다면 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요.

"모든 것이 투명해야 합니다. 투명거래가 보장돼야 거래도 활성화되고 국내경기도 살아날 겁니다. 즉 과세를 실거래가 기준으로 하돼 국민들이 부담없이 거래를 할 수 있는 세율이 적용돼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추진중인 개정안을 보면 주택거래시 현재 5.8%인 거래세율은 4.0%로 1.8% 포인트 인하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세율은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세금은 현재보다 훨씬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는 부동산경기도 죽고 국가경제도 죽습니다."

-개정법률안이 시행된다 해도 현장의 중개업자들이 실거래가로 계약서를 작성할까요.

"중개업자들이 신뢰를 받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죠. 또 중개업자들의 실수나 잘못으로 문제가 생기면 이를 보상해 줄 수 있는 피해보상제도를 제도화하면 됩니다. "

-세율이 내려가면 투기목적 거래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투기 목적에 대해서는 중과세를 해야 합니다. 또 이런 목적의 부동산보유는 보유및 거래세를 높혀 강력히 대처해야 합니다. 말하자면 정상적인 필요에 의한 부동산거래는 낮은 세율을 적용해 활성화하고 투기목적에 대해서는 중과세하는 탄력세율을 적용하자는 겁니다."

-그러나 거래현장에선 아직도 부동산중개사들이 투기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중개사보다는 중개사보조원들의 농락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현행 부동산중개업법은 중개사가 아닌 개인도 부동산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물론 부동산등기도 개인이 할 수 있지요. 법이 이러니 중개사보조원들이 중개사 명의를 이용해 각종 투기성, 비정상적인 거래를 하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럴 경우 문제가 생기면 거래당사자들은 아무런 배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부동산거래는 반드시 공인중개사들만이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합니다. 동시에 거래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100%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가입을 의무화해야 합니다."

-1가구 3주택이상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방침이 재경부와 청와대의 이견으로 언제 실시될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세제를 보면 보유세는 선진국보다 낮고 거래세는 더 비싼 모순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1가주 다주택보유자에 대한 보유세를 높인다는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그 세율은 신중히 검토했으면 합니다."

-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난 지난달 실시된 시험이 너무 어려워 수험생들의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시험이 어려운게 문제가 아니고 수험생들의 항의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가 더 문제라고 봅니다. 시험이 어려웠던 것은 중개사 과잉공급을 조절하기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때문에 정부는 현재 중개사들이 너무 많아 수요공급 조절차원에서 어쩔수 없었다고 해명하면 될 것을 건교부 장관까지 나서 사과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적정 중개사 수는 10만여명입니다. 그러나 이미 17만6000여명의 중개사들이 양산됐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중개업소들이 줄도산하고 편법거래가 일어나는 겁니다. 앞으로 중개사 수는 현재보다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우리경제가 발전하면서 부동산거래도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중개사들의 자질도 향상될 필요가 있지 않나요.

"현재 중개사시험과목을 대폭 손질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학과 영어과목을 추가해야 합니다. 국제화시대에 영어를 모르면서 거래를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중개사들이 돈은 많이 벌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강남에서 15평규모 중개소를 열려면 권리금과 보증금을 합쳐 최소 3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이 업소를 유지하려면 월 1000만원은 벌어야 하는데 지금은 경쟁도 심하고 경기도 안좋아 100만원 벌기도 벅찹니다. 이러니 모두 줄도산 하지요. 중개사 자격증을 따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환상중에 환상입니다."

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부동산경기가 살지 않고는 국가경제도 실업문제도 심각해진다고 강조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부동산경기가 살아야 건설경기가 삽니다. 건설경기는 수백가지 건자재경기로 파급됩니다.이는 곧바로 고용문제로 직결되지요.

어느나라든 건설경기가 죽으면 실업문제도 경기활성화도 물 건너 갑니다. 정부가 이점을 안다면 부동산 정책을 지금처럼 끌고 가면 안되지요."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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