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연기력 갖춘 '물건' "개성 뚜렷한 역할 하고 싶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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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해 4월 박혜정은 이름을 솔미(帥眉)로 바꿨다.'얼굴 맨 위의 눈썹처럼 세상을 거느린다'는 의미였다.예명 정도로 만족하지 못해 아예 호적까지 바꿨다.
이름을 바꾼 건 새 출발을 향한 단호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1998년 MBC 신인 탤런트 선발대회에서 대상까지 받았지만, 사실상 무명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던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출연 제의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SBS 단막극 '남과 여'에서 청순한 다방 종업원 역으로 출연한 그녀의 연기를 보고 많은 연출자들이 전화를 걸어 왔다.
그리고 2002년 1월. 박솔미는 일선 PD들에게서 "오랜만에 보는 물건"이라는 평을 받으며 그녀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녀는 현재 극과 극의 인생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화제를 뿌리고 있는 KBS-2TV의 '겨울연가'에선 배용준을 놓고 고교 동창생 최지우와 연적 관계가 되는 패션 디자이너 오채린이 그녀의 몫이다.
무엇이든 쟁취해야 하는 야심녀로, 눈 한번 깜짝않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해댄다.
이에 반해 MBC의 시추에이션 드라마 '우리집'에선 생물학 박사 과정을 밞는 착하고 털털한 조교 '한하나'역으로 출연 중이다.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겨울 연가' 출연을 몇번이고 망설였어요. 하지만 윤석호 감독님을 워낙 존경하는 데다 제 스스로도 연기의 지평을 넒히고 싶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방송가에서 그녀를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탄탄한 연기력이다. 여기에 하얀 피부, 훤칠한 키 등 외모적 장점도 지녔다.
또 18세 때 댄스그룹을 이뤄 음반을 내기도 했을 정도로 노래 실력이 뛰어나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로 불릴 만하다.
하지만 그녀는 당분간 드라마 한 길을 걸어가겠다고 한다. TV에서 확실하게 인정받기까지는 다른 장르는 쳐다보지도 않을 생각이라는 것. 그녀는 드라마에 전념하기 위해 학교(상명대 영화과 4년)도 휴학했다.
'가을동화'의 송혜교 역보다는 개성있고 강인한 '여인 천하'의 강수연 역을 맡고 싶다는 박솔미. 가장 해 보고 싶은 것은 영화 '소름'에서 장진영이 맡았던, 섬뜩하고 강렬한 이미지의 역할이라고 한다.
"자신의 개성을 확실하게 드러낼 수 있는 역을 맡고 싶어요. 박솔미가 아니면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연기 말이에요." 당찬 결심을 밝히는 그녀의 눈빛이 빛났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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