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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 마찰 시작 … 공동전선 움직임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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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교조 출신인 이씨는 올 2월 이화여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바뀌는 데 반발해 사직했다. 그는 캠프에서 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인 이성희 부교육감은 최근까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전교조 문제를 담당하는 주무 국장이었다. 이씨가 준비위원이 되면 전교조 문제를 맡았던 관료가 전교조 교사 출신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풍경이 연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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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책을 놓고 정부와 6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자와의 마찰이 시작되고 있다. 진보 교육감 당선자는 다음 달 1일 취임 이후 공동 전선을 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곽노현·김상곤(경기) 당선자의 ‘수도권 벨트’가 확장되는 모양새다. 김승환(전북) 당선자는 당선 직후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대해 김·곽 당선자와 정책 연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징계 유보”=당장 교과부가 민노당 가입과 관련해 기소된 전교조 교사들을 파면·해임키로 한 징계 조치가 벽에 부닥쳤다. 전교조 지부장 출신의 장휘국(광주광역시) 당선자는 “징계를 취임 후로 연기해 달라고 7일께 광주시교육청에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진보 교육감들은 “법원의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징계가 유보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징계를 늦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만채(전남) 당선자는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도교육청 일반직 정기인사를 9월 초로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해 ‘인사 태풍’을 예고했다.

◆“교원평가도 손질”=올 3월부터 실시 중인 교원평가에 대해서도 진보 교육감들은 틀을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현행 교원평가는 법제화되지 못해 교육청별로 규칙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새 교육감이 취임해 규칙을 바꿔 버리면 현행대로 실시되기 어렵다.

교과부는 이달 말까지 전국 학교의 학생·학부모 만족도 조사 준비 상황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하지만 곽 당선자는 “보여 주기식 학부모 참관 공개수업은 시나리오대로 짜서 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부모의 교과 교사 만족도 조사를 없애고, 담임교사에 대해 서술형으로 건의사항을 적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규칙을 바꾸면 교과부로서도 어쩔 수 없다”며 “법제화를 통해 강제력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자율고 설립계획도 영향=진보 당선자들은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나 특목고 문제에 대해 정부와 입장이 다르다. 자율고를 통해 수월성 교육(우수 학생 대상 교육)을 하겠다는 교과부와 달리 대부분 “자율고나 특목고를 더 지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선거 직전 전북도교육청이 자율고를 지정한 데 대해 김승환 당선자는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자율고 지정 권한은 교육감이 갖고 있다. 교과부가 100개를 세우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무상급식·인권조례 찬성=인권조례가 제정되면 0교시와 강제 야간자율학습 등은 없어질 전망이다. 두발 자율화나 학생 집회도 허용될 수 있다. 지방의회를 야권이 장악했기 때문에 조례 제정이 가능할 전망인데, 학부모·교육청·정부 간 충돌이 예상된다.

진보 진영의 대표 브랜드인 무상급식은 정부와 여당 단체장이 반대하는 이슈다. 교육 전문가들은 “과거엔 김상곤 교육감 한 명이었지만 6명으로 늘어나 정부와의 갈등이 깊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성탁·박유미·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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