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惡의 축'발언 美서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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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이란·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軸)'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 미국 내에서 남북대화를 저해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미 지도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들 국가에 대한 '경고 전략'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대화에 나쁜 영향" 우려=한반도 전문가 중 대표적인 대북 포용론자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아시아연구소장은 1일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이미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북·미대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강력한 우방인 한국의 대내외 정책을 또 다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호적인 대화 분위기를 위해 클린턴 행정부는 '불량국가' 대신 '우려국가'라는 표현을 썼는데 부시 행정부는 '불량국가'를 다시 쓰면서 이번에는 '악의 축'이란 말을 추가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두자릭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 자주 나온 미국의 대북대화 제의는 부시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으로 이제 "이전보다 진실성이 많이 떨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31일자에 한국과 일본에서 등장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를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타임스 기사에서 일본 외상을 지낸 이케다 유키히코(池田行彦)의원은 "북한을 구석으로 몰고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봉쇄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논평했다.
미·일 관계를 다루는 켄트 캘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부시의 대북공격은 기본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변화를 원하지 않는 일본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악의 축' 공격하는 미 지도부=국정연설 후 지방을 돌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플로리다에서 이들 나라의 대량살상무기 위협에 대해 재차 경고하면서 "우리는 테러와 악의 협박을 좌시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도 이날 '미국보수연맹'회의에서 한층 더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으로 하여금 더 나은 길을 택할 수 있게 해줄 호혜조치의 도로지도를 내놓았으나 평양으로부터는 아무런 진지한 응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모두 지금 추구하고 있는 정책을 포기해야 하는데도 그럴 의도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면서 "세계가 유일하게 선택할 것은 결연히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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