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여고 학생들, 이색 성금 모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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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전주 우석여고 1학년 8반 학생들은 40여만원을 올 연말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이 성금은 33명의 학생들이 스스로 정한 규칙을 어긴 벌로 낸 300~3000원씩을 1년 동안 모은 것이다.

벌금은 휴지를 버리다 걸리면 300원, 수업시간 중 졸면 500원, 복장이 불량하면 500원, 지각하면 1000원이다.

요즘 한창 문제가 되는 휴대전화와 결석의 경우 벌금이 무겁다. 수업시간에 휴대전화의 벨 소리가 울리면 전화기 가격의 100분의 1(최고 3500원)을, 방학 중 실시하는 보충수업에 빠지면 3000원 물어야 한다.

사랑의 벌금 모으기는 담임인 이금복 교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평소 '사랑의 집짓기 운동'인 해비타트 등에 열성적으로 참여해 온 이 교사는 학년 초 "잘못을 그때그때 바로잡아 뉘우치는 한편 남을 돕는 습관을 익히자"며 벌금 모으기를 제안했다.

학생들은 흔쾌히 동의하고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벌금 금액을 정했다. 벌금은 부반장이 징수하고, 3만원이 모아지면 담임 교사에게 맡겼다. 이렇게 모아진 돈을 이번에 생활이 어려운 불우 이웃들을 위해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 교사는 "사랑의 벌금 모으기 덕분에 1학년 8반은 교실 환경과 수업 분위기가 좋고 질서가 잡혀 있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고 밝혔다.

이 교사에게 지구과학을 배우는 3학년 이과 학생들도 사랑의 벌금 33만원을 모아,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한 밑반찬 배달에 사용하라며 지난 3일 덕진동 재가노인복지센터에 전달했다.

1학년 8반 변지영(17)양은 "사랑의 벌금제도가 학급 분위기를 쇄신하고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며 "후배들에게 대물림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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