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회복 꽃망울 터졌지만 해외변수에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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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꽃망울은 터졌다. 하지만 바람이라도 조금 불면 꽃잎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불안은 여전하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잠정치)’ 결과가 그렇다. 1분기 통계치를 보면 한국 경제는 완연한 회복세다. 내용도 좋다. 생산·소비·투자의 삼박자가 조화를 이뤘다.

제조업 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민간소비는 6.3%, 설비투자는 29.9% 늘었다. 주머니 사정도 개선되는 추세다.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년 동기 대비 8.9% 증가했다. 그런데도 낙관하지 못하는 건 해외 변수 탓이 크다. 우리가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변수다.

지난 4월 27일 한은은 ‘1분기 경제성장(속보치)’을 발표했다. 당시 나온 1분기 경제성장률은 7.8%. 이번에 발표된 잠정치보다는 낮았지만 완연한 경기회복 분위기였다. 이를 근거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조기 출구전략론은 열흘도 안 돼 사라졌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도지면서 5월 초부터 세계 금융시장이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5월 들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6조100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주식시장은 다시 비틀거렸고, 원화가치도 롤러코스터를 탄 듯 출렁거렸다.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만성질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세계 경제가 당분간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출에 많이 의존하는 한국 경제도 이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1분기 성적은 좋았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1분기 성장률은 예상을 뛰어넘었지만 2분기, 3분기로 갈수록 조정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도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한은이 내다보는 하반기 성장률(전기 대비)은 1.0%다. 상반기의 1.2%에 비해 낮다.

기획재정부도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해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재정부는 이날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남유럽 재정위기의 장기화 가능성, 천안함 사태에 따른 북한 위협 등을 잠재적 불안요인으로 꼽았다.

이 분위기에서 당분간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달 12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조정하려면)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속보치·잠정치·확정치=한국은행은 국민소득 통계를 속보치, 잠정치, 확정치로 구분해 발표한다. 매 분기 종료 후 28일 이내에 속보치를, 70일 이내에 잠정치를 발표한다. 속보치는 아직 완전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매 분기의 2개월치 수치에다 1개월의 예측치를 종합한 것이다. 잠정치엔 3개월 수치를 대부분 입력해 발표한다. 확정치는 연간으로만 발표한다. 해당 연도의 확정치는 2년 뒤의 3월에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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