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의 健保 무임승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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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엊그제 취임한 송정호(宋正鎬)법무부 장관이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2년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1999년 6월 변호사 개업을 한 宋장관은 지난해 6월까지 장남의 직장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올라 있다가 지난해 7월 신고를 한 뒤 보험료를 납부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에선 "당시 宋장관의 변호사 사무실은 국민건강보험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한 세대에 동거하고 있던 장남의 직장 건보에 등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신고 대상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된 뒤 신고 절차를 마치고 매월 1백20만원의 보험료를 내왔다"고 해명했다.
당시 관행을 감안한다면 宋장관만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을 다루는 변호사로서, 또 법무부 장관의 위치에 오른 사람으로서의 도덕적 해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월 3천여만원의 고액 소득자인 변호사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보건복지부 예규에 따르면 소득이 없거나 독립적 생계를 유지할 수 없을 경우에만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그런데도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98년의 경우 소득이 있으면서 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무려 65만명이나 됐다. 이중엔 연간 소득 1억원 이상인 사람이 1천3백여명 포함돼 있다.
현재의 건강보험 재정 상태는 말이 아니다. 지역건보는 물론 비교적 탄탄했던 직장건보마저 재정이 거덜나 지난해만 해도 1조8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특히 지역건보는 가입자의 소득파악률이 30%선에 불과해 정부가 재정의 50%를 지원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자녀 등 가족 명의의 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한 행위는 도덕적 해이에 속한다. 설사 宋장관 같은 피부양자 등록이 위법은 아니라 해도 사회적 책임이나 어려운 건보 재정을 생각할 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솔선수범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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