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구 시가지 투기과열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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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성남시 부동산시장이 술렁거리고 있다.수정.중원구 구시가지 단독.다가구주택과 재건축이 가능한 일부 아파트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집값이 뛰고 있다.

성남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구시가지 재개발사업 기본계획이 지난해 말 건설교통부 승인을 얻은 데다 최근 국방부가 군용기의 비행안전구역내 건축 허용고도를 완화하겠다고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구시가지 재개발이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확한 수익성이 예측되지 않는데도 무조건 '사고 보자'식의 투자는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어떻게 개발되나=도시재개발기본계획에 따르면 수정.중원구의 18개동 20개구역 73만평을 2016년까지 연차적으로 재개발할 계획이다. 단독주택지만 포함됐다.

이 중 ▶단대▶중동1▶중동3▶금광1▶금광2▶상대원3 등 6개 구역에서는 민간.지방자치단체.주택공사 등이 25~45평형 아파트 1만여가구를 짓게 된다.

민간에 의한 자력개발이 어려운 신흥.태평동 등 14개 구역은 성남시가 돈을 들여 공원.주차장.도로 등의 기반시설을 만들어주는 수복재개발방식으로 시행한다.

아파트는 못짓고 건폐율 60%, 용적률 2백%로 단독주택.연립.빌라 등만 건축할 수 있다. 성남시는 올 상반기까지 3~4개 구역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구역지정 절차를 거치면 내년 8~9월에 첫 재개발 사업지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 단독주택.아파트 거래 활발=구시가지의 단독.다가구주택에 매기가 몰리고 있다. 특히 구역지정이 빠를 것으로 예상되는 단대동과 금광1.2, 중1지구 등의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15년 이상된 18~20평형 단독주택은 단대동의 경우 1억5천만~1억6천만원으로 연말보다 1천만~3천만원 정도 올랐고, 금광1동도 8천5백만~9천만원이던 것이 한달 새 3천만원 정도 뛰었다.

중동 진숙부동산 중개사무소 허종진 사장은 "이달 초 매물이 한차례 빠져나가 지금은 물건이 거의 없는데다 호가도 많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고도제한에 걸려있던 저층아파트들도 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태평4동 개나리연립은 시공사 선정을 추진하고 있고, 태평3동 청운.목화,태평2동 건우, 태평4동 태평, 성남동 올림픽, 단대동 정원아파트 등도 재건축조합 결성을 준비중이다.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는 신흥주공.은행주공 등 고층아파트에도 사람이 몰리며 최근 2주일 동안 1천만~1천5백만원 올랐다.

◇ 상투잡을 가능성도=현지에서는 우려의 눈길로 바라본다. 단대동 서울대공인중개사무소 임광수 사장은 "정확한 사업계획이나 위치도 모른 채 서울 강남, 분당 사람들이 몰려와 집값 상승만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금광동의 한 중개사무소 사장도 "29일 하루에만 강남에서 찾아온 사람이 10여명이나 된다"며 "개발을 맡을 시공사도 아직 없고 정확한 수익률도 가늠하지 못하는데 뭘 믿고 돈을 쏟아붓는 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일부 단독주택은 이미 값이 많이 올라 재개발 후 투자이익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재건축 대상 중에는 조합 내부의 갈등으로 사업이 느린 곳이 많다.단지모양은 하나지만 시공사와 지분이 달라 사업이 지지부진한 금광동 보라.검단.동우.송보아파트가 대표적이다.

신흥동 두레공인 중개사무소 최인건 사장은 "재개발이든 재건축이든 정확한 사업 계획이 나온 뒤 투자가치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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