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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단기 매매 강세장선 안통해 데이트레이더들 '속앓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데이트레이딩 경력 2년차인 김모(29)씨는 최근 3개월간 투자원금의 30%를 까먹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이전 약세장에서도 매달 평균 5~10% 가량의 수익을 계속 냈었으나, 강세장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되레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굿모닝증권 주최 수익률게임에서 1위를 한 김현섭씨는 "요즘 이익을 내는 데이트레이더는 백명 중 서너명 꼴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데이트레이더들은 요즘같은 강세장이 달갑지 않다.

오히려 상당수 데이트레이더들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 이후 주가지수는 2백80포인트 가량 올랐지만, 데이트레이더들은 이 기간 중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

대신증권 서여의도지점 장철원 지점장은 "초단기 매매를 하는 고객들은 원금을 절반이상 까먹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아주 잘하는 데이트레이더조차 간신히 본전을 챙길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또 "간혹 매매하는 중장기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월등히 높은 편"이라며 "이들이 높은 수익을 내자 데이트레이더들의 소외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주가지수가 5일 연속 줄기차게 오르며 770선을 돌파했던 지난 25일 데이트레이딩 전문 웹사이트인 나눔트레이드(http://www.nanoomtrade.com)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었다.

"정말이지, 오늘 같은 장에는 적응을 못하겠군요.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휴유… 지켜만 보다가 지겨워서 컴퓨터를 끕니다."

◇ 왜 손해보나=강세장에서 데이트레이더들이 손해를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 이는 데이트레이더의 주된 매매전략이 주가가 떨어지면 샀다가, 조금 오르면 즉시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데서 비롯했다.

지난해 9월 이전처럼 주가지수가 400선과 600선 안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박스권 장세'가 데이트레이더에게는 가장 좋았다. 그 때는 주가가 조금 오르면 팔고, 내리면 되사들이는 수법이 주효했던 것이다.

그러나 10월 이후 주가가 줄곧 오르자 이런 매매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전문 데이트레이더인 이창현(25)씨는 "주가가 조금 올라 판 뒤 되사려고 하면 주가는 이미 저만치 올라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요즘 데이트레이더들은 주가가 조정받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장기 투자로 눈 돌려야=더 이상 데이트레이딩 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중장기 투자로 눈을 돌리는 데이트레이더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증권정보 사이트인 개미군단클럽(http://www.antclub.com)의 김정한 사장은 "올들어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종목을 소개해달라는 회원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기 투자 종목을 골라 달라는 요청이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올들어 이 사이트에 들어오는 상담 건수는 하루 평균 50여건으로 이중 40건은 중장기 종목 선정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 나머지 10건 가량이 데이트레이딩을 위해 종목을 골라 달라는 것이라고 한다.

금융공학 벤처기업인 델타익스체인지의 권정태 대표는 "박스권 장세에서나 통하는 데이트레이딩 기법은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며 "데이트레이딩으로 설령 돈을 좀 벌었더라도 수수료와 세금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기업의 가치에 따라 주가가 결정되는 펀드멘털(기초 체력)장세에서는 일종의 기술적 매매 기법인 데이트레이딩으로는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올해는 강세장이 예상되는 만큼 우량종목을 사들여 오랫동안 보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성 기자

◇ 데이트레이딩이란=초단기 매매를 말한다. 증권거래소는 그날 산 주식을 그날 파는 경우 데이트레이딩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초단기 매매자를 데이트레이더라고 한다. 통상 데이트레이더는 하루에도 수십차례 주식을 사고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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