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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윤리법 최종시안 내용과 입법 전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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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건복지부는 28일 마련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대한 법률' 최종시안에서 배아연구의 범위 등 그동안 뜨거운 논란을 벌였던 부분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

지난해 8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60여종류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정부가 돈을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세계 각국이 배아연구에 대한 입장을 마련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의 발걸음도 빨라진 것이다.

복지부 시안 가운데 불임치료를 하다 남은 배아로 인공장기 생산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은 생명공학산업의 미래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반면 개체복제나 핵이식 체세포 복제를 금지한 것은 생명 윤리쪽에 무게를 둔 대목이다.

◇ 어떤 내용을 담았나=핵심 논란은 배아연구의 허용범위와 핵이식 체세포 복제의 허용 여부다.종전 과기부 안은 배아연구를 제한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반면 복지부 시안은 잉여 배아 활용의 범위를 구체화해 줄기세포에서 장기를 만드는 것까지 허용했다. 핵이식 체세포 복제는 과기부 안처럼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1998년 복제 소 '영롱이'를 탄생시킨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연구 같은 것이 인체분야에서는 원천 봉쇄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체세포 복제는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분야"라면서 "계속 금지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3년 후 그 허용 여부를 다시 검토하는 '일몰(日沒)' 규정을 둬 허용 가능성에 문을 열어뒀다"고 말했다.

또 이번 시안은 유전자 검사에 대해 벤처기업 등의 상업적 유전자검사를 허용하되 그 활용은 철저히 감독키로 했다.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 검사는 일부 심각한 유전질환을 진단할 경우에만 허용했다. 유전자 검사업무를 하다 알게 된 타인의 유전자 정보를 제공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또 유전자 정보를 근거로 고용.승진.교육 등에서 차별을 못하도록 했다.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유전자 치료를 허용하되 생식세포나 배아에 유전적 변이를 일으켜 우성(優性)인간을 만들지 못하게 못박았다. 유전자 치료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허가받은 것만 사용해야 한다.

또 인간의 정자와 동물의 난자를 수정하는 등 인간과 동물간의 교잡을 금지했다.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대통령 자문기구로 국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의료기관.배아연구기관별로 윤리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 전망=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 10명과 의학.약학.법학.철학 등 각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 70여명이 참여, 2년간 논의해 이 시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윤리적 측면과 업계 입장을 모두 고려했기 때문에 반대가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생명공학계에서는 "최근 외국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체세포 복제를 금지한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종교계나 시민단체는 "배아도 잠재적 생명"이라면서 배아연구를 전면 금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이 생명공학계와 생명윤리를 중시하는 쪽 모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어 입법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성식 기자

*** 용어 해설

◇ 배아(胚芽)=생명의 씨앗.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지 14일이 지나지 않아 장기가 형성되지 않은 세포덩어리.

◇ 줄기(幹)세포=배아가 분열을 거듭해 생긴 세포. 특정 인체장기로 분화.발달한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장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 체세포 복제=핵을 제거한 난자와 복제를 원하는 사람의 귀.살점 등에서 떼어낸 세포 내 핵을 합쳐 배아를 만드는 방식.

◇ 개체복제=체세포 복제로 만들어진 배아를 자궁 속에 착상시켜 완전한 개체를 만드는 방식. 복제양 '돌리'가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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