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러기 책동네] '너는 특별하단다'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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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손으로 만져지지 않고 눈으로도 보이지 않는 부처의 자비, 하느님의 사랑 같은 종교적 메시지를 어린이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는 없을까.

짤막한 이야기와 따뜻한 그림으로 기독교.불교의 진리를 풀어낸 보기 드문 시도를 한 책들이 최근 늘었다.

천지창조의 신비, 중생의 괴로움 등 녹록지 않은 주제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녹여낸 이 책들은 어린이들 독서의 폭을 조금씩 넓혀 줄 수 있어 훌륭한 읽을거리다.

『너는 특별하단다』(고슴도치)는 나무로 만든 사람 '펀치넬로'(그림)의 이야기.

나무사람 '웸믹'들은 서로에게 별표와 점표를 붙이는 데 정신이 없다. 남들보다 힘이 세거나 어려운 단어를 줄줄 외는 재주 많은 웸믹들은 아름다운 별표를 받는다.

그러나 재주 없는 웸믹들은 조금만 실수를 해도 잿빛 점표를 받는다. 점표만 받는 펀치넬로는 갈수록 자신감을 잃어간다.

이때 온몸에 별표도 점표도 붙이지 않은 루시아라는 여자 웸믹을 만난다. 루시아는 펀치넬로를 나무사람을 만들어낸 목수 엘리 아저씨에게 데리고 간다.

볼멘 소리를 해대는 펀치넬로에게 엘리 아저씨는 다른 웸믹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지 않고 펀치넬로를 만들어준 아저씨의 사랑을 깊이 신뢰할수록 점표와 별표 따위는 신경을 덜 쓰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아저씨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지만 펀치넬로는 어렴풋이 그가 맞다는 생각을 갖는다.

이 책은 나무사람에 빗대 하느님에게 동화돼 가는 과정을 표현한 이야기로 나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다. 인도 소왕국 카필라 왕국의 왕자로 태어나 28세에 출가한 석가모니의 고행기를 다룬 『불경이야기』(국민서관)는 초등학교 고학년에게 권할 만하다.

인간의 삶이란 무엇이며 왜 사람들은 괴로움을 겪어야 하는지 청년 석가모니가 했던 고민을 일화를 통해 보여준다.

이 세상 누구도 굶주리지 않고 목마르지 않게 해달라는 어린이들의 해맑은 기도들이 담긴 『하느님, 제 기도 들어보세요』(서광사),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성서의 창세기 부분을 쉽게 풀이한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마루벌)도 종교를 가깝게 여길 수 있게 해준다.

홍수현 기자

『너는 특별하단다』를 쓴 맥스 루카도는 미국에서 태어나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목사. 글을 통한 선교에 관심이 많아 『아주 특별한 너를 위하여-아빠가 밤마다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같은 그림책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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