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개신교 주기도문 바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조선 말과 대한제국 시절의 국어가 살아 있는 개신교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이 120여년 만에 현대어 문어체로 바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길자연 목사)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백도웅 목사)는 6일 새로 번역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 문안을 발표했다.

새 주기도문.사도신경에선 '주옵시고' 등 고어투 존칭어법을 '주시고'로, '임(臨)하옵시고' '죄를 사(赦)하여' 등 한자식 표현을 일반적 용어로 바꿨다. 현행 주기도문의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니다'는 문구가 새 주기도문에선 '영원히 아버지의 것입니다'로 바뀌는 등 현대어법에 맞게 수정됐다. 사도신경에선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를 '나는 그의 유일하신 아들 우리 주 예수…'로 바꾸는 등 신앙 고백자를 주어(나)로 삼았다. '신앙 고백이므로 문법상 고백자, 즉 주어가 앞에 나와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번역 작업을 주도한 서울교회 이종윤 목사는 "교단들이 합의해 번역문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국 교회의 일치를 향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한기총과 KNCC 측은 주기도문을 새로 번역하기에 앞서 ▶성경 마태복음 본문의 주기도문을 번역 대상으로 하고▶연합성서공회(UBS)가 출판한 헬라어 성경(3판)의 난하주(각주)에 있는 송영(誦詠.시가를 외어 읊음)도 본문으로 간주해 번역하며▶원문에 충실한 번역을 하되 기도문이므로 현대 문어체의 정중한 표현으로 한다 등 3가지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사도신경의 경우▶750년 공인된 원문을 기본으로 하고▶원문에 충실하되 항목별 개별성을 존중하며▶신학적 검증도 함께하고▶오늘에 사용하는 언어 표현을 따르고▶이견이 있을 경우 기도 후 다수결로 정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고 교회 측은 밝혔다.

새로운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은 내년에 열리는 각 교단 총회에 상정돼 인준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한국 기독교의 양대 기구인 한기총과 KNCC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의 권유에 따라 지난 6월 전문위원회(위원장 이종윤 목사)를 구성, 새 번역문을 연구했으며, 지난 3일 최종안을 마련했다. 한편 가톨릭은 1997년 현대어법에 맞게 개정한 '주님의 기도'를 미사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문구는 개신교 측 기도문과 다소 차이가 있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