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 깊고 깊은 수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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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비가 점점 더 얼어붙고 있다. 백화점.홈쇼핑을 비롯한 소매업과 부동산업 등은 침체의 수렁에 빠져 있고, 그럭저럭 버텨왔던 영화산업 등도 성장세가 확 꺾였다. 이러다 소비 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전체 소비를 이끌 수 있는 고소득층의 지갑을 열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통계청은 10월 서비스업 생산이 1년 전보다 1.7% 줄어 4개월째 하락하고 있다고 6일 밝혔다. 특히 소매업 생산은 2.4% 줄면서 21개월째 하락했다. 이는 서비스업 관련 조사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긴 침체다.

업종별로는 여관과 유흥 관련 산업의 불황이 눈길을 끌었다. 여관 수입은 1년 전보다 10.2% 줄어 4년2개월 만에 최악의 수입 감소를 기록했다. 주점업(-6%)도 5개월 만에 수입이 줄었다. 유흥업 종사자들의 소비가 영향을 미치는 미용.목욕탕 및 유사 서비스업 수입도 5.2%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유흥업의 위축은 근본적으로 전반적인 경기 침체를 반영한 것이지만 지난 9월 말부터 시행된 성매매 방지 특별법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의 사정도 비슷하다. 학원(-12.9%)과 부동산 및 임대업 수입(-9.4%)은 10개월째 줄었다. 카드 결제대금 연체 부담을 털어버리지 못한 신용카드사는 소비가 줄면서 카드 사용률이 떨어져 골치를 앓고 있고, 증권사들은 활기 없는 증시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감소하고 있다. 신차가 나왔지만 자동차 판매는 8.9% 줄었다.

경기를 비교적 덜 타는 20대들의 소비를 기반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던 영화산업은 수입이 19.8% 줄었다. 공연산업(-13.1%)도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영화.방송.공연산업의 생산은 13개월 만에 감소세로 반전했다. 반면 '욘사마 열풍' 등 한류 영향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호텔업 생산은 22.8% 늘어났고, 단풍철 나들이객들로 휴양콘도와 철도운송업 등은 호황을 누렸다.

이수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 부담이 크고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 중산층의 소비는 여간해서 늘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도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이 돈을 쓸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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