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권력핵심 수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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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용호(李容湖)게이트 특검팀이 이형택(李亨澤)씨의 사건 연루 사실을 밝혀낸 뒤 나온 여야의 일성(一聲)은 "철저히 수사하라"였다.

특히 정치권은 李씨가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며 19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에 의해 'DJ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된 인물이란 점에서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이제 수사의 칼끝이 권력핵심으로 향하지 않을 수 없다"고 총공세를 폈다.

권철현(權哲賢)기획위원장은 "빙산의 일각이자 터널의 입구에 들어섰다"며 "터널로 들어갈수록 권력실세와 친인척이 터져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친인척부터 수사하라는 지시를 했으면 좋겠다"면서 "대통령 자신은 자유스러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고위 당직자는 "특검 수사를 통해 그간 우리가 제기했던 핵심 실세 K.K씨의 연루 사실도 밝혀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형택씨가 지난해 국정감사 때 연루사실을 부인했던 점에 주목, 위증으로 고발키로 했다.

아울러 지난해 李씨를 수사했던 대검 중수부에 대한 문책도 요구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은 "검찰이 李씨를 형식적으로 소환조사했다"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자민련 정진석(鄭鎭碩) 대변인도 "대통령 처조카란 李씨의 특수신분 때문에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반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홍근(吳弘根) 청와대 대변인은 "수사결과를 지켜보자"며 "한점 의혹 없이 진실이 규명되기를 기대한다"고만 말했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대통령의 인척이 그런 일에 관여한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민주당에선 "이형택씨 사건에 대해 당이 단호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金元基 고문)는 주문이 나왔다.

동시에 "당의 지지율이 올라가려고 하면 꼭 어떤 게이트가 터져나와 발목을 잡는다"(한 당직자)고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정치권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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