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인천공항고속도 기습폭설에 속수무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21일 수도권에 내린 5㎝ 안팎의 눈에 인천공항으로 통하는 신공항고속도로가 1시간 이상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차량 이용자들은 잇따른 추돌사고에 속수무책이었고 공항에서는 승객들을 기다리느라 항공기 출발이 줄줄이 지연됐다. 눈 예보까지 있었는데도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신공항하이웨이㈜와 경찰이 안이하게 대응,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 잇따른 교통사고=21일 오전 8시30분쯤 인천공항을 17㎞ 앞둔 신공항고속도로에서 공항으로 향하던 리무진 버스(운전자 문용식.54)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앞서가던 EF쏘나타 승용차(운전자 김광훈.55)를 들이받아 차량 5대가 연속으로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으나 사고 차량을 비롯한 10여대의 차량이 뒤엉키면서 편도 4차선 도로가 30여분간 완전히 막혔다.

이날 오전 신공항고속도로 인천공항 방향 차로에선 5~6건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잇따르는 바람에 고속도로 구간만 평소보다 1시간 이상 더 걸려 여행객들이 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신공항고속도로는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쌓인 눈이 녹으면서 차량 흐름이 정상화했다.

예상보다 1시간 늦게 공항에 도착한 김영미(金英美.28)씨는 "눈이 내린다는 예보도 있었는데 다른 교통편도 없는 도로의 관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항공편 줄줄이 지연=승객들이 늦어지는 바람에 인천공항에서는 오전 8시50분 출발 예정이던 베이징(北京)행 아시아나항공 331편이 30분 늦게 출발하는 등 20여편의 항공기 출발이 10~30분씩 지연됐다.

항공사 직원들은 여객청사 곳곳에서 뒤늦게 도착한 승객들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었다.

대한항공 김용진(金容鎭)인천공항지점장은 "출발을 한 두시간씩 늦춰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로가 정상화해 다행"이라면서 "안개.강풍뿐 아니라 눈만 내려도 항공기 운항이 지장을 받으니 불안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 허술한 대응이 문제=이날 불통 사태는 신공항고속도로를 관리하는 신공항하이웨이와 경찰측의 안일한 대응 때문에 가중됐다. 신공항하이웨이는 제설장비를 갖춘 덤프트럭 9대 등 18대의 제설차량을 갖추고 있으나 사고 당시에는 가동하지 않았다. 경찰의 사고 처리가 지연됐고, 2층 교량인 영종대교에서 상부 도로에 눈이 쌓여 교통 체증이 심한 데도 하부 도로로 유도하는 등의 노력을 게을리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신공항하이웨이 영업부 김창근(金昌根)씨는 "적설량이 0.3㎝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기상대 예보만 믿고 있다가 오전 7시부터 갑자기 4㎝ 이상의 눈이 쏟아져 벌어진 일"이라며 "이날 오전 6시까지 전 구간에 염화칼슘을 뿌린 상태여서 제설차량을 투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