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700여만평 해제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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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4억6천만평 중 약 8%에 해당하는 3천7백여만평에 대한 해제가 확정되면서 수도권 그린벨트가 주거지 및 각종 산업단지로 본격 개발될 전망이다.

◇ 주거.산업용지 개발=우선해제되는 집단취락의 경우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면 전용주거지역이나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건폐율 50~60%에 용적률1백50~2백%까지 건축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경우에는 자연녹지나 보전녹지로 지정돼 건폐율 20% 이하에 용적률 80~1백%로만 건축이 가능하다.

건설교통부 최재덕 주택도시국장은 "조정가능구역으로 해제되는 1천9백82만평의 80% 정도인 1천5백만평 정도를 주거지로 이용할 수 있으며, 국민임대주택용지로 개발되는 2백60만평을 포함하면 수도권 내에 1천7백60만평의 추가적인 택지 확보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수도권 분당.일산.평촌 등 5개 신도시를 합친 1천5백만평보다 넓은 규모로 현재 신도시와 비슷한 용적률로 주택을 지을 경우 약 35만가구까지 건립이 가능한 넓이다.

건교부는 이번에 해제되는 조정가능지역은 선계획.후개발을 원칙으로 공영개발 방식을 통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 현안 사업을 위해 3백6만평을 개발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각종 테마파크.유통단지 등이 수도권 그린벨트에 들어설 전망이다.

서울시의 경우 서초구 원지동에 화장장을 건설하는 것을 비롯해 상봉동 시외버스터미널과 서부면허시험장을 그린벨트로 옮길 계획이다. 과천시 테크노파크, 광명시 음반밸리, 남양주 유통센터, 시흥 관광테마파크 등도 개발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 수도권 광역도시계획안에는 수도권을 7개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분산.개발한다는 방침도 포함됐다.

현재 서울 중심의 단핵 구조인 수도권을 7개의 다핵 공간구조로 바꿔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졌던 평택.동두천.이천.남양주.파주 등을 적극적으로 개발, 수도권 전체를 고르게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환경.과밀화.형평성 등 논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소장 권용우(성신여대)교수는 "발표된 광역도시계획은 환경이 양호한 1,2등급지까지 해제대상에 포함하는 등 사실상 환경이 무장해제됐다"고 지적하고 "민원해소 차원에서 시작된 그린벨트 해제를 국책사업과 지역산업에까지 이용하는 것은 올해 선거와 결부된 정치적 목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 집중억제시책을 사실상 포기하는 조치라는 분석도 있다.

허재완 중앙대 교수는 "광역도시계획은 수도권 도시계획 관리체계의 중요한 전환점인데 광역계획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상충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뚜렷한 방침이 제시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해제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개발제한구역으로 남게 된 취락들의 주민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교부는 형평성 확보를 위해 앞으로 취락지구 지정 규모의 호수밀도를 10가구로 낮추는 방안과 주택개량사업 및 기반시설 설치 사업비 지원 등 주민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취락지구 행위 제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제되는 지역과 비교할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될 주민들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 부동산시장에의 영향=이번 조치로 부동산 값은 단기적으론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해제지역의 경우 그동안 해제 기대 심리로 땅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만 저밀도 공영개발방식 등으로 개발될 조정가능지역과 광명시 가학.일직동의 고속철도 역세권 부근 토지는 꿈틀거릴 가능성이 크다.

광명시 소하동 이레공인중개사무소 강석길 사장은 "광명 소하.일직동 일대는 지난해 초 그린벨트 해제와 역세권 개발 소문이 나면서 값이 미리 올라 최근에는 거래가 뜸한 편"이라며 "개발계획 확정으로 시장이 다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택지.주택난 해소에 도움을 주고 일감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건설경기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그러나 투기성 가수요가 몰리지 않도록 사후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경 전문위원,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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