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책 외국서점에 본격 입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한류(韓流)와 월드컵 개최가 한국 저작물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이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수출되는 책의 종류도 문화소개서와 어린이책에서 인문.경제.실용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지난해 12월 초에 펴낸 변화관리 전문가 구본형씨의 책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영역본과 일역본을 최근 발간했다.

국내 저작물을 한글판 간행과 거의 동시에 외국어로, 그것도 국내 출판사가 직접 발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 에이전시 인터코의 신일호 대표는 "유럽이나 미국.일본에선 신간이 나오기도 전에 해외 수출용 견본이 만들어져 에이전시에 공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이렇게 번역본 개발에 나선다면 수출이 훨씬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휴머니스트의 김학원 대표는 "해외시장 개척을 베스트셀러가 되면 따라 올 수도 있는 보너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가능성 있는 분야나 저자들에 대해서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수출을 고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 7월 출간 예정인 한양대 임지현 교수와 코넬대 사카이 교수의 대담집이 그런 경우. 일본에서 이와나미 출판사의 학술담당 편집장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대담을 진행,이와나미 출판사와 미 코넬대 출판사에서도 출간될 가능성을 높였다.

얼마 전 샘터출판사에서 나온 재독(在獨) 닥종이 인형작가 이영희씨의 『책 읽어주는 엄마』 역시 처음부터 독일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책. 독일에서 작품 전시회도 여러 번 열어 작가로서 어느 정도 알려진 데다, 글 내용도 유럽 복지선진국가의 문제점을 은근히 꼬집는 것이어서 이씨와 샘터측은 독일측 파트너를 선별 중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출판물의 해외 진출은 문예진흥원.대산재단 등의 주도로 소설 등 문학작품의 번역.소개에 치중해왔다. 지금까지 번역된 문학도서 총 2백24종 대부분을 해당 나라의 서점에서 구입은커녕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

그러나 이젠 환경 자체가 바뀌었다.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와 관련된 『가을동화』(생각의나무) 등이 대만에 수출돼 20만부 이상 팔렸는가 하면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마라』(사회평론)는 동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영어학습 열기와 맞물리면서 지난해 일본과 중국에 당당히 진출, 해외에서만 80여만부 판매됐다.

최인호씨의 소설 『상도』(여백미디어)의 경우도 중국 출판사측에서 먼저 수입을 타진해와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계약을 맡았던 에이전시 엑세스 코리아의 박지민씨는 "중국인들은 또 성공한 한국 기업 CEO들의 자기관리 프로그램이나 대기업 사원들이 주로 읽는 경영.처세책, 그리고 김지룡씨의 문화비평서류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사계절출판사의 명연파 이사는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 가보니 월드컵 때문인지 유럽과 캐나다, 싱가포르 등도 우리 출판사의 『한국생활사박물관』에 큰 관심을 보였는데 오히려 우리 일손이 달려 계약을 빨리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제 국내 출판사들도 수출업무 담당을 따로 두고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