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파워' 민주 경선 대세 가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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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정국에서 젊은 바람이 불고 있다. '20~30대'가 당락의 핵심 변수가 될 조짐이다.

가장 큰 원인은 민주당이 전당대회를 국민경선 형식으로 치르기로 한 것이다. 전체 선거인단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선거인단 7만명 중 4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민주당의 개정된 당헌.당규는 선거인단 구성에서 연령별 비율을 고려토록 했다. 2000년 기준으로 50% 수준이던 20~30대의 비율이 올해에는 더 늘어났다. 일반 국민 선거인단(3만5천명) 가운데 약 60%(2만1천명) 정도가 20~30대가 될 전망이다.

3만5천명인 당원 선거인단 중에서도 당헌.당규는 '최소 30% 이상'을 의무적으로 20~30대에 배정토록 했다. 1만5천명 이상이다. 당 선관위는 당원 선거인단도 가급적 인구비율에 맞추려고 하고 있어 20~30대는 2만1천명까지 뽑힐 수 있다. 2000년 8.30전당대회 때 20~30대 비율은 10% 안팎이었다.

젊은층의 비중이 절대적이 된다. 이 때문에 당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여론조사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한다. 이같은 현상 가운데서 주목할 만한 변화도 보인다. 무엇보다 청년.노동단체.학생운동권이 민주당 경선에 조직적으로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4일 발족한 '국민경선 청년운동본부'(책임간사 복기왕 전대협서울동우회 회장)다. 당의 공식 라인과는 무관한 단체다. 전대협동우회를 비롯해 전국 30여 민주동문회, 각종 청년단체 등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번 경선은 그동안 정치적으로 무력화돼 있던 학생.청년들을 다시 정치판으로 끌어들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것이 운동본부 관계자의 말이다.

민주당 내 대선 예비주자들 가운데 젊은층 참여 확대에 가장 고무된 측은 노무현.김근태 고문이다. 盧고문측은 20~30대 지지자 20만명을 모집, 경선에 참여시킨다는 계획이다. 金고문측도 현재 8백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팬클럽을 기간조직으로 삼아 젊은층 지지 확보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전략이다.

유종근(柳鍾根)전북지사.정동영(鄭東泳)고문도 일단 환영하는 표정이다. 지지율 면에서 상대적 열세에 있는 이들은 "젊은층의 참여폭이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TV토론 등을 통해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반면 원내와 당내를 중심으로 한 지지세 확보에 주력해온 이인제(李仁濟)고문측은 긴장하고 있다. 李고문측 관계자는 "학생.노조 등은 단결력과 동원력이 있어 조직화할 경우 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李고문측은 여론지지도를 근거로 한 '대세론'을 젊은층에까지 확산시키는 한편 당내 소장파나 진보성향 의원들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운동권 출신 참모들을 보다 전면에 배치키로 했다.

역시 기존 대의원층을 상대로 지지확보에 주력해온 한화갑(韓和甲).김중권(金重權)고문도 청년실업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등 젊은층 공략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강민석.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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