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누가… '장쩌민 도청'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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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에서 제작된 중국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의 전용기에서 도청장치가 대거 발견됨으로써 미.중 관계에 미묘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이 사건이 9.11 테러를 계기로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미.중 관계에 돌발악재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누가 설치했나=전용기 기체는 미 보잉사가 제작했지만 침실.집무실 등 부대 시설은 텍사스주에 있는 디 하워드 에어크래프트 메인터넌스 등 미국의 실내 장식 전문회사들이 꾸몄다.도청장치가 내장재 안에서 발견된 것으로 미뤄 이들 회사가 공사를 하는 동안 설치됐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인민해방군이 공사 현장에서 경계를 섰기 때문에 미 정보기관 등의 접근은 상상할 수 없으며 중국측 내부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미국의 대외 신뢰도를 손상시키고 미.중 긴장으로 이익을 얻으려는 불만 세력이 이를 감행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도청장치를 발견한 것은 지난해 9월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에 항의하지 않았다는 점도 중국 정부가 미 정보기관이 아닌 중국내 불만 세력들을 의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중국 보안 당국은 전용기를 주문한 공군 산하 중국연합항공(CUA)과 수입을 담당한 중국항공물품수출입공사(CASC)의 관계자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당사자 반응=두 나라는 지난해 4월 1일 정찰기 충돌 사건 때문에 한동안 불편한 관계로 지냈던 터라 이번 사건이 최근 진전을 보이는 양국간 관계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나 않을까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백악관.국무부.중앙정보국(CIA) 등은 논평을 꺼리고 있다. 중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양국 관계 악화하나=외교전문가들은 도청장치 파문이 양국 관계를 크게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전문가 베이츠 질은 "다행히 江주석이 전용기를 공식적으로 이용하기 전에 도청장치가 발견됐기 때문에 중국 정부의 고급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지 않았다"며 "파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번 사건이 다음달 21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과 江주석의 정상회담에서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만일 중국이 도청장치 문제를 따지고 나올 경우 미.중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서울=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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