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후 1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성북 전철역. 파란색 유세차량에 올라탄 이원희(58·전 한국교총 회장) 후보가 “교육개혁을 한판승으로 이끌어나갈 저 이원희를 지지하기 위해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가 왔다”고 외쳤다. 이 후보와 손을 맞잡은 또다른 이원희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이원희(29) 선수였다. 잠시 후 마이크를 잡은 ‘엄마 탤런트’ 최란(50)씨도 “교육감 후보 너무 많습니다. 서울 교육은 첫 번째 1번입니다”라고 외쳤다. 스포츠 스타와 낯익은 탤런트의 등장에 무심히 길을 가던 시민들이 손을 흔들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호응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시청광장에선 곽노현(55·방송통신대 교수) 후보의 유세가 한창이었다. 곽 후보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제 공보물을 빠뜨린 채 발송했다”며 “저와 함께 부정선거를 심판하자”고 외쳤다. 곽 후보의 유세를 듣기 위해 점심도 걸렀다는 김금주(43)씨는 “자사고·특목고 등 학비가 비싼 학교를 더 만들지 않겠다고 해서 곽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곽 후보는 이날 유세차량과 지하철을 번갈아 타며 광화문·대학로·건국대·강남역으로 이어지는 ‘서울 한 바퀴 유세’를 끝마쳤다.
남승희(57·전 서울시교육기획관) 후보는 월드컵 응원단 복장을 하고 거리 유세를 했다. 붉은 티셔츠와 두건을 두른 남 후보는 광화문광장과 신촌 로터리 등을 돌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사교육 없는 학교’를 내건 김영숙(58·전 덕성여중 교장) 후보는 33년 전 근무한 학교의 제자들과 함께 추억의 옛 교복을 입고 주요 시장을 돌며 선거 운동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다수 시민은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다. 직장인 김미경(33)씨는 “어느 후보가 무상급식에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공보물을 보면서 누굴 찍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교육감 선거의 또 다른 격전지인 경기도에서도 마지막 날까지 보수·진보의 세 대결이 이어졌다. 보수 진영의 종교·사회 원로들은 정진곤(60·전 청와대 교육과학문화수석)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다. 박세일 서울대 교수, 이돈희·문용린·박영식·이상주 전 교육부 장관과 김진홍·서경석·인명진 목사 등 보수 인사들은 “또다시 전교조 교육감에게 교육을 맡겨선 안 된다”며 정 후보와 타 시·도의 보수 교육감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교육의원도 뽑는다=교육감의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할 교육의원은 전국에서 82명을 뽑는다. 교육감처럼 정당공천제가 아니어서 기호가 없이 이름만 표시된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이 출마 후보가 누군지를 잘 몰라 ‘깜깜이 투표’ ‘로또 선거’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의원 선거도 보수·진보가 갈렸다. 학부모 단체인 공교육 살리기 학부모연합은 지난달 31일 전국 교육의원 후보 중 반(反)전교조 성향의 보수 후보들을 시·도별로 선별해 지지했다. 서울 지역에선 정영택·구본순·박헌화·한학수·정채동·장길호 등 현 교육위원들과 교장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진보 진영 교육의원 후보들은 곽노현 후보와 공동기자회견을 열며 ‘MB교육 심판’을 강조했다. 서울 지역 8개 교육의원 선거구 중 6곳에서 김형태·정영배·최홍이·이부영·최보선·이건 후보가 진보진영 후보로 출마했다.
박수련·박유미·김민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