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어디로 가야 하나] 6. 시민운동과 정치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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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우리나라의 시민단체와 관련한 쟁점을 논할 때 정치 참여 문제만큼 민감한 주제도 없다.

적지않은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행보를 밟아왔고, 이로 인해 특정 정치집단 또는 그 지지세력들과 갈등을 빚거나 밀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몇 년 간 시민단체들을 둘러싸고 빚어졌던 '유착론''음모론' 등은 모두 이같은 정치적 행보의 산물이다.

시민단체들의 정치 참여, 또 이 때문에 생긴 갈등.밀착 관계의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김대중 정부 들어 상당수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정부.여당의 파트너로 각종 개혁 작업에 관여해 온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자민련과는 숱한 갈등을 빚어왔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두드러진 활동은 지난해 4.13 총선의 낙천.낙선운동이었다. 당시 총선연대의 활동은 시민혁명으로 일컬어 질만큼의 긍정적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국론을 양분(兩分)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나 그 리더들이 이와같이 현실 정치에 민감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양대 주성수(朱聖秀)교수는 "70.80년대 군사독재에 항거했던 민주화 세력들이 90년대 이후 대거 시민운동가로 변신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따라서 우리의 시민운동가들은 민주.개혁.인권.통일 등 범국가적 과제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참여와 관련,주요 시민단체 사이에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다. 대체로 환경단체들은 직접 후보를 내고 소위 녹색당까지 창당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들의 총 연대기구인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윤리헌장을 통해 비(非)정당, 즉 정치적 중립을 선언키로 했다.

앞으로 시민단체들이 어떤 모습으로 나설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민단체들이 사회개혁을 견인하려 한다면 현실 정치에 개입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편향적 이념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는 일만은 피해야 한다.

지금은 시민단체들의 위상을 좀더 분명하고 건전하게 정립할 때다. 선거의 해인 올해에 정치참여 단체와 정치중립 단체 사이에 확실한 선을 긋는 것은 어떨까.

이창호 전문위원(본사 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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