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김선하기자의 정치 따라잡기(12월 첫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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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끝나고 17대 국회가 시작될 무렵 여야는 입을 모아 “싸우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기자는 그 말을 국회에서 몸싸움과 고함, 그리고 욕설을 없애겠다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그리고 마음 속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저는 중앙일보 정치부의 김선하 기자입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여야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국가보안법 폐지안 상정을 둘러싼 국회 법사위에서의 의원들의 행태는 시정잡배들의 그것보다 하나도 나을 것이 없어 보입니다.더 큰 문제는 이같은 난장판이 나아질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난 3일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는 서로 “술먹고 행패 부리는 것이냐” “공안검사 출신이 어디서 까부느냐”며 막말을 했습니다.사실 이보다 훨씬 심한 표현이 많았지만 더이상은 차마 입으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휴일인 5일,여야 지도부는 각각 국회에서 회견을 열어 똑같이 “오직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했습니다.그렇다면 폭언과 고성,몸싸움이 그들에겐 ‘국민을 바라보고 일하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월요일인 6일에도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위원장이 (보안법 폐지안의) 상정을 막는다면 의사진행을 기피한 것이 명백한 만큼,국회법에 따라 열린우리당 최재천 간사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아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일단 상정해 놓고 군사작전하듯 기습처리 하려는 꿍꿍이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양쪽 모두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모습입니다.

현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논쟁이 국민 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지는 의문입니다.‘결사 폐지’를 외치는 열린우리당이나, ‘결사 유지’를 외치는 한나라당이나 이미 국가보안법을 둘러싼 여야의 싸움은 실질적인 내용이 아닌 ‘명분’과 ‘당리당략’적인 것으로 바뀐 듯 합니다.

여야가 마주보고 달리는 열차처럼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일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여야 모두 “싸우지 않겠다”던 반년 전의 초심을 조금이나마 되새겨 보기를 희망합니다.

정치부 김선하 기자 = odinele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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