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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DVD파일] '아발론의 여인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이름과 '해리 포터'에 나오는 주문을 쉽게 읊어대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 역사와 전설.동화는 얼마나 아는지 염려스럽다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

우리는 '아서왕과 원탁의 기사'도 서양인 못지 않게 잘 알고 있는데, 여기에는 영화도 큰 몫을 했다. 기사 랜슬롯과 기네비어 왕비의 비련, 호수의 여왕과 마법의 칼 엑스칼리버, 마법사 멀린과 모게인 등 아서왕을 둘러싼 이야기와 인물들은 자주 영화로 재해석돼 원전이 궁금할 지경이다. 최근에도 두편의 아서왕 영화가 DVD와 비디오로 동시에 출시됐다.

울리 에델 감독의 2001년작 '아발론의 여인들 (The Mists of Avalon)'(15세이상 관람가.워너브러더스)은 TV용으로 만들어진 1백80분짜리 실사 영화고, 볼프강 라이더만의 1963년작 '아서왕의 검(The Sword in the Stone'(전체관람가.브에나비스타)은 아서왕의 어린 시절을 코믹하게 상상한 디즈니사의 열여덟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매리언 짐머 브래들리의 소설을 충실하게 옮긴 '아발론의 여인들'은 아서왕의 이복 누이 모게인(줄리아나 마굴리에즈)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존 부어먼의 81년 작 '엑스칼리버'(워너브러더스)에서도 그러하듯 모게인은 악한 마법사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아발론'은 모게인을 마법사 멀린에 의해 원시 종교와 성지 아발론을 지키기 위해 애쓴 호수의 여왕이자 모게인의 큰 이모인 비비언(안젤리카 휴스턴)과 운명이 바뀐 비극의 여주인공으로 해석하고 있다. 색슨족의 침입과 기독교의 세력 확장으로 원시 종교가 위협받게 된 시대를 배경으로 모게인과 여성 마법사들의 희생이 모자이크된다.

'아발론'은 최근 극장가를 석권하고 있는 '반지의 제왕'과 비교해 볼 수 있는 팬터지물이다.'반지의 제왕'보다 규모는 작지만, 신화와 마법 세계로의 여행은 신비롭고 아름다우며, 등장 인물의 얽힌 운명은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한동안 가슴이 멍하다. 말발굽 소리와 칼이 부딪치는 전투 신 등에서 DVD의 음향이 잘 살아나며, 의상 스케치와 인물 계보도, 삭제된 장면 등이 부록으로 담겨 있다.

옥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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