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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누군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18일 검찰 복직 5개월 만에 야인으로 돌아간 심재륜(58)전 부산고검장은 검찰 안에 '심재륜 사단'이 형성돼 있을 정도로 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그의 '핵폭탄성' 퇴임사가 주목을 끄는 것도 이같은 영향력 때문이다.

충북 옥천 출신인 그는 서울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1967년 사시(7회)에 차석으로 합격, 서울지검 검사 직무대리로 임용된 뒤 30여년간 검찰에 몸담았다.

키 1m60㎝, 몸무게 50㎏밖에 안되는 그는 주로 특수부에서 일했으며 정.관계 등 권력층의 청탁과 압력을 헤쳐나가는 '재치와 뚝심'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대검 중수부장이던 97년 한보사건을 재수사하면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구속하는 등 5공비리.부산 초원복집사건.오대양 집단 변사사건.김태촌씨 구속 등 각종 대형 사건을 강단있게 처리,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덕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지 않다)'이란 경구를 좌우명으로 새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98년 말 대전 법조비리 사건이 터져 검찰 수뇌부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자 "검찰의 위기는 정치지향적인 검찰 수뇌부에서 비롯됐다"며 수뇌부 동반퇴진을 요구했으나 '항명파동'으로 이어져 이듬해 2월 면직되는 불운을 겪었다.

이후 명예회복을 위해 법정투쟁에 나선 그는 2년7개월여 만인 지난해 8월 복직판결을 받아낸 뒤 "후배들에게 검사 신분보장의 상징으로 남겠다"며 검찰에 복귀,'복직 1호 검사'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고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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