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국제물류 전략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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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아직도 경제적 성장과 안정의 궤도를 본격적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당면 최대 과제는 아마도 해외기업의 국내유치 부진과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러시 현상일 것이다.

이는 국내의 글로벌 기업활동에 관련된 행정 규제 및 처리의 불편과 노동력 공급의 경직성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 중국서 선수 칠 기세

이로 인해 국내의 산업 공동화 현상의 심화가 우려되고 있으며 이는 국내 고용의 저하, 경제활동의 침체 등으로 이어져 자칫 일본이 겪고 있는 장기적 경제 불황의 예를 따라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이런 장애요인들을 해소하고 우리나라에서 기업이 글로벌 활동을 매우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국제물류촉진법의 제정과 이를 근거로 한 효율적인 국제물류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자국을 국제물류의 거점으로 만들어 글로벌 기업활동을 유치하고자 하는 전략은 세계 주요국이 취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와 경쟁과 협조의 관계에 있는 중국이 이 분야에 주력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동북아 중심부에 위치하고, 잘 발달된 해운망과 항만.공항, 그리고 남북 철도 연결 등으로 육해공을 통해 동북아로, 세계로 뻗어 나가는 운송망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기업에 동북아 국제물류 활동의 거점을 제공하기에 최적이다.

이를 위한 항공.공항.항만 등 하드웨어 구축에는 비교적 진전이 있어왔고 남북 철도 연결도 가시화하고 있어 중앙아시아.중동,멀리 유럽까지 유라시아 대륙을 뚫고 철도로 연결되는 등 한반도가 해상.육상.항공으로 세계로 연결되는 사통팔달의 구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의 실현을 위해 보다 중요한 제도적 개혁과 지원은 국제수준으로 볼 때 초보적이며 국가전략 수립이 크게 미흡한 점이 문제다. 특히 통합적인 국제물류 전략이 없다.

우선 우리는 국제물류촉진법을 제정해 통합적인 물류전략을 수립,집행해야 한다. 현재 국제물류의 각 분야,즉 해운과 항만.항공.철도.도로.국제복합운송 등의 정책이 별개로 수립,집행돼 정책수립과 추진이 산만해질 뿐더러 힘이 실리지 못하므로 이의 통합적인 전략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 특히 국제적인 현실과 감각이 전략의 기조를 이뤄야 한다.

둘째, 촉진법을 통해 우수한 글로벌기업에 대한 현장에서의 문제해결 기구로서 국제물류지원센터를 설립해 현장에서 실질적인 문제 해결의 원스톱(One-Stop)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본격적인 국제물류 활동을 위해 서해안 산업단지 등의 부지를 널리 활용하고,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하는 관세자유지역 등을 지정해줘야 한다. 현재 항만과 배후부지의 국제물류단지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부지의 협소와 확보 시기의 장기화 등으로 보다 신속한 조치가 요망된다.

넷째, 우수한 국제물류 인력의 탄력적인 공급을 위한 구체적 계획과 교육의 체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 통합적인 정책 수립해야

우리는 현실에서 필요하고 실제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국제물류정책을 체계적.전략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신속하게 실현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이면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제조기업들에 대한 흡인력이 엄청날 뿐더러 상하이(上海)항 등을 중심으로 효율적 국제물류체제 구축에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글로벌기업과 국제물류 활동의 거점은 한번 정해지면 변경되기 쉽지 않다.

네덜란드가 글로벌기업에 편리한 국제물류를 제공하기 위해 국가전략 수립에 아주 능한 국가로서 외자유치청.국제물류지원센터 등을 일찍부터 설치,운영함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세계 일류의 경쟁력 있는 국제물류체제를 구축해 글로벌기업을 유치하고 이들에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해운.항만.항공.철도 등 부문별 전략을 한 단계 높이는 국가 차원의 통합적 국제물류 계획이 절실히 요구된다.

秦炯仁(한국해양수산개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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