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첨단 건축재 개발의 선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청주대학교 공대건물 2층 구석의 건축공학과 강의실. 책.걸상 대신 시멘트.모래.자갈.철근 등이 수북이 쌓여 있는 이곳은 흡사 공사장 같다. 하지만 이곳은 '콘크리트 박사' 한천구(韓千求.50)교수의 실험실로 건축재료 신제품 개발의 산실.

韓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시멘트 등과 씨름하며 수많은 건축재료를 개발, 그 중 11건을 특허출원했다.

그는 이곳에서 방학과 휴일에도 땀을 흘렸고 1981년 9월 부임한 후 지금까지 제자들과 함께 발표한 논문은 7백14편이나 된다. 열흘에 한편씩 논문을 낸 셈이다. 특히 최근 5년간 그의 이름이 들어간 논문은 3백51편으로 닷새에 한편꼴로 나왔다.

7백14편의 논문 중엔 대학원생들의 학위논문과 연구보고서도 있지만 이를 뺀 학술논문만 따져도 5백39편에 달해 초인적 연구열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논문 내용이 눈길을 끈다. 잔디식재용 콘크리트.설탕콘크리트.방폭(防爆)콘크리트나 골재의 분리를 막아주는 분리저감 유동화제(流動化劑)등은 특허출원돼 시판 중이거나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건설교통부가 '건축재료 신기술'로 지정한 잔디 식재용 콘크리트는 블록 형태로 흙이 1㎝ 가량만 깔려도 잔디가 자란다.

특히 자연석보다 물을 잘 머금도록 재생골재를 써 친환경적이며 잔디를 심으면 단열효과도 얻을 수 있고 미관도 좋아 일석삼조다.

그는 건설업계에서도 저명인사로 통한다. 시공현장 콘크리트에서 발견된 특이사항에 대한 그의 소견은 명의의 진단서처럼 권위가 있다.

청주대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15년 전부터 건축재료 분야 발표논문 수에서 1위를 고수해 왔으며 연구를 위해 보직을 마다했다.

부임 이후 5년마다 연구 논문집을 내왔는데 이번에 제4권을 발간하면서 다음달 2일 졸업생 환송회를 겸한 출판기념회를 연다.

韓교수는 "연구 아이디어가 바닥날 법 하지만 눈이 트여서 그런지 끊임없이 떠오른다"며 "앞으로 퇴임 전까지 15년 간 매년 50편씩 논문을 발표해 최다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청주=안남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