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발달과 쾌락의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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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등가에서 총각 딱지를 떼고 섹스라는 쾌락의 길로 들어서는 한국 남성들과 달리 미국이나 유럽 남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클래스메이트와 섹스의 길로 동반 입장하는 것이 일상적인 성인화 과정이라고 한다. 미국 유학생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미국의 캠퍼스 생활은 성생활의 실험적 과정이라고 할 만큼 여러 가지 성적 도전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곽대희의 性칼럼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섹스 의사를 타진하고 그 제의에 동의하면 혼전 섹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섹스는 성인이 되는 과정이므로 그것에 그렇게 구속 받으려는 태도가 별로 없다. 남녀의 성 심리가 이러하므로 섹스에서 수동적인 여성이 섹스를 간절히 원할 정도로 성적 흥분이 필요하고, 그것은 극진하고 농후한 애무로써 얼마든지 유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유방에 손이 닿는 것을 묵인하면 그것은 성에 관해 금제(禁制)의 사슬을 풀고 용인한다는 의미와 같다. 여성의 유방은 남성의 그것과는 달리 감각적으로 아주 예민한 기관이다. 흔히들 남자의 귀두부가 터치에 민감한 것처럼 여성의 유방도 브래지어에 오랫동안 갇혀 지내다 보면 다소 민감해지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사시사철 벌거벗고 사는 아프리카 여성들은 그것들이 노출된 만큼 외적 자극에 둔감할 것처럼 예상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즉 그곳 여자는 유방에 남자의 손이 닿는 즉시 흥분, 섹스 준비 태세로 돌입한다. 지역적으로 아프리카와 멀리 떨어진 인도네시아의 아롤 섬 주민들 경우를 봐도 남자가 여자의 유방을 손으로 어루만지면 곧 성교를 원하는 구애 행위로 인정 받는다.

남자가 아름답고 매혹적으로 늘어진 유방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면 여자는 그 강력한 성적 자극에 흥분해 몸부림치고 그런 애무가 지속될 경우 곧 성교 제의를 수락하게 된다고 『아롤 섬의 사람들』이란 책의 저자이며 인류학자인 C 듀보이는 말하고 있다. 흔히들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는 아프리카 등지의 주민들의 성애는 매우 온화하고 단순하다고 믿고 있지만 미개한 사람들이라고 해서 성적 향락이 문명사회에 비해 나이브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도 여성의 유방이 민감한 외성기의 하나로 그것을 자극 받게 되면 점진적으로 흥분한다는 성 메커니즘 정도는 알고 있다. 따라서 남자의 손이 유방에 닿는 것은 여자에게는 일종의 애정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비호감의 남자가 만지거나 잡아당기면 적대적 행위가 즉각 나타난다. 어느 경우에는 우리 문화인보다 유방의 민감성이 뛰어난 면도 없지 않다.

예를 들면 미크로네시아의 여러 섬 가운데 하나인 마르케사스에서는 술잔치 때 ‘여성의 유방을 빨거나 구강애무(cunnilingus)로 크게 흥분시키는 일이 남자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인류학자 R 린턴은 그의 관찰 기록 『마르케시안 문화의 분석』에서 설명하고 있다. 캐롤라인 군도에 사는 포나페족 사회에서는 성적 자극의 핵심이 유방보다 성기 쪽에 좀 더 기울어져 있다.

그것은 그들의 빈약한 연상력으로 성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섹스를 상상하지 못하는 낮은 지능으로 흥분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유방보다 소음순을 건드려 여성의 성적 흥분을 유발시키려 든다는 사실이 D 핀슈라는 인류학자의 보고서에 나타나 있다. 그로테스크해서 눈을 찌푸리게 하는 길게 늘어진 소음순이 이들 미개부족에서는 성적 자극성이 가장 큰 것도 지능의 발달에 비례해 성적 흥분 메커니즘이 달라지는 특성을 설명하는 좋은 자료일지 모른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남성들의 페니스 확장 공사가 유행하는 것도 그들과 오십보백보인지 모른다. 크다고 잘되는 것은 아닌데도 그 이치를 잘 모르는 것이다. 섹스는 발달된 지능에 비례해 신장되는 사실을 이해할 때 쾌락이 배가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곽대희비뇨기과 원장

<이코노미스트 9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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