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따라잡기] 의약분업 1년 6개월-알아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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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서울 강남구에 사는 당뇨병 환자 韓모(57.여)씨는 16일 집 부근 약국에서 약을 조제한 뒤 깜짝 놀랐다.H병원이 발행한 보름치 약의 본인부담금이 2만7천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韓씨는 "5개월 전에는 1만원이 채 들지 않았다"고 했다.약값이 비싸진 이유는 한 알에 1백~3백원이던 국내 제약사 약이 1천7백원짜리 외국계 제약사의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16일 의약분업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실상은 장밋빛만이 아니다. 우선 분업 후 병.의원 처방의 상당수가 외제 고가약으로 바뀌어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다.

정부 자료만 보더라도 분업 시행 이후 전체 약품비 가운데 고가약의 비율이 껑충 뛰었다. 건강보험 외래약품비용은 2000년 6월 1천9백11억원에서 지난해 3월 2천8백13억원으로 늘었다.

대한약사회 김대업 이사는 "항생제 사용량이 줄어든 대신 약효가 약한 항생제가 강한 항생제로 바뀌고 있는 만큼 단순히 사용량의 감소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사용량 등의 비교 시점에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약품 사용량은 월별.계절별 편차가 심한 편이다.

예를 들어 동네의원의 진료건당 항생제 가짓수는 2000년 5월 0.9개에서 2001년 1월 0.82개로 떨어졌다가 2월 0.84개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번 복지부 자료는 2000년 5월과 2001년 5월, 11월 등 단 석 달을 비교한 것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주사제가 줄었다는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사제는 그 달 병원과 약국을 오가지 않아도 되는 분업 예외품목이 됐다. 따라서 주사제 감소는 분업의 효과가 아닌 주사제 부작용 홍보나, 주사제를 많이 쓰는 의료기관에 불이익을 주는 정책 등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신성식 기자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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