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우식 연세대 총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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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학의 경쟁력은 대학 재정에 달려 있고,대학 재정의 건강성은 대학의 자율성 확립과 직결된다는게 상당수 대학 총장들의 생각이다.

김우식(金雨植 ·62)연세대 총장은 이 문제에 관한 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2000년 8월 취임후 대학 재정 확충을 위해 발품을 팔고 다닌 결과 1년 반 사이에 연구비 1천5백억원과 기부금 5백억원을 모금했다.올해부터는 교직원·학생·학부모·동문을 상대로 ‘연세 사랑 한 계좌 갖기 운동’도 펴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학 가운데 최초로 기여입학제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기여입학제 도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金총장을 서울캠퍼스 언더우드관 총장실에서 만났다.

-기여입학제가 아직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헌법상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이 만만찮습니다.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목소리를 높이며)정확히 말하면 기여입학제가 아니라 '기여우대제'입니다. 기부금을 내거나 학교 명예를 높이는 등 우리 대학에 기여한 사람에게 보은(報恩)차원에서 대학 병원.도서관 이용 편의 등 우대를 하자는 것이지요. 그 우대 방안 가운데 하나로 본인이 원할 경우 정원의 1% 이내에서 자녀의 입학.편입학 혜택을 주자는 겁니다. 국가경쟁력은 대학에서 나와야 하는데 재정적 기반 없이는 공염불에 그칩니다. 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기여우대제를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제도 도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입니다. 이미 관계 요로에 진정도 했고 오는 4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2회 연세포럼에 여야 3당의 정책위원회 책임자들을 초청해 찬반 토론도 벌일 예정입니다. 농어민 자녀.국가유공자 자녀에 대한 특례입학제를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기여우대제를 금지할 명분이 없다고 봅니다."

-기여입학제가 도입돼도 투명한 운영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반대론자 중에선 투명성과 정직성을 문제삼는 사람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시민단체도 참여하는 기부금 특별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투명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생각입니다."

-연세대의 장기 발전 플랜이 궁금해집니다.

"2010년까지 세계 50~1백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대학발전 지표를 마련 중입니다. 우선 2004년 8월 제 임기까지는 연세대의 '특성화.세계화.정보화'라는 세가지 과제를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과 대학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수한 교수를 확보해야 하고 교수의 연구와 강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교육여건이 제대로 갖춰져야 합니다. 우수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학원의 자율성 확보가 왜 중요한지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교육에 있어 평준화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자유경쟁 체제에서 독창성을 갖고 열심히 뛰는 대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여건이 조성돼야 합니다.이것이 대학 자율성의 핵심입니다.정부는 대학 자율성 보장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잘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학 스스로도 자율성만 부르짖지 말고 대학의 사명과 역할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지방대는 정원에 미달이 발생하는 등 학교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방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지방대가 어렵다고들 합니다만 그런 대학일수록 독창적이고 특성화된 대학으로 변신하는 게 살 길이라고 봅니다. 모든 걸 다 잘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특정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그 대학은 어떤 분야가 뛰어나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합니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찾아 올 것입니다. 정부가 지방대 특성화를 지원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대학이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어떤 입시제도가 바람직하다고 보십니까.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겨져야 합니다. 대학 나름의 잣대를 갖고 평가기준을 만들어 신입생을 뽑아야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야 건학정신에 맞는 우수 인재를 선발할 수 있고 대학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사교육의 병폐를 해소하는 방안도 될 것입니다."

-국.공립대 교수의 계약임용제.연봉제를 둘러싼 교수 사회의 반발이 있습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우리 대학의 경우 신임 교수를 대상으로 3년째 연봉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 교수도 이제는 경쟁을 해야 하는 체제에 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성과에 따라 급여를 받는 것이 대학 교직사회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요."

-'철밥통'이라는 비난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교수 사회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가요.

"저는 학생들에게 '나는 단지 밥벌이를 위해 강단에 서게 되는 처지가 되면 스스로 조용히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하곤 했습니다. 지식기반 사회에서 교수의 책무는 정말 중요합니다.강의실과 연구실을 오가며 '교육과 연구'에만 몰두하는 교수들이 돼야 합니다."

-교육자로서 교육의 요체를 말씀하신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교육에서의 기본은 '질서의식 교육'입니다. 어려서부터 준법정신을 가르치는 것이지요. 이게 제대로 안되니까 요즘 어른들이 무슨 게이트다 해가며 저렇게 줄줄이 구속되는 것 아닙니까.기본을 튼튼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오랜 시간 감사합니다.

김남중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 경쟁력 강화 전략은

'특성화.세계화.정보화'-.

김우식 총장이 연세대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핵심 과제다.

金총장은 "연세대는 나름대로 '구색'은 갖췄는지 모르나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한심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선택과 집중을 통한 특성화가 살 길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취임 후 국학.국제학.첨단과학기술.의료보건 등 네가지 특성화 분야를 확정했다.

그는 "세계화를 위해 무엇보다 학생들을 외국으로 많이 내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유럽.동남아에 각 5개교, 미국에 10개교 등의 거점대학을 만들 계획이다. 외국에 가는 재학생 규모를 지난해 3백50명에서 올해 7백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정보화를 위해 통합학사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金총장은 "사이버 교육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오는 4월 일본 게이오(慶應)대학,중국 상하이(上海)교통대학과 원격화상 교육을 처음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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