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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검찰 잘못해 정부가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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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5일 검찰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검찰이 잘해주지 못해 정부가 큰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한동(李漢東)총리와 최경원(崔慶元)법무부 장관 등을 불러 '반부패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金대통령은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나는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했으나 그 목적이 달성됐다고 할 수 없다"면서 "참으로 유감이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金대통령이 검찰에 대해 실망감을 표시한 적은 있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지적한 적은 없다. 金대통령이 국정 3대 과제에 부패 척결을 추가해 4대 과제로 삼고, 이날 직접 사정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게 만든 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검찰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왔으나 고비마다 검찰의 실수로 곤경에 처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金대통령이 여론의 공격을 받는 출발점이 된 옷로비.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의 진원지다. 또 최근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거나 수사를 제대로 못해 金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부담을 안겨주고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金대통령의 불신은 후임 검찰총장 인사와 검찰의 후속인사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법무부.검찰 반응=신승남 총장의 퇴임식이 있던 이날 청와대에서 검찰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법무부와 검찰 관계자들은 반응이 엇갈렸다. 수긍 반 억울함 반의 침통한 분위 속에 곧 대대적인 문책 인사가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왔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임 총장 임명 직후 주요 간부들의 물갈이가 예상된다. 특히 신승환씨가 관계된 '이용호 게이트'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와 벤처 비리 수사를 주로 맡아온 서울지검 특수부 간부들에 대한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신승환씨가 검찰 간부들을 만나 금품을 전달하고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마당이라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검찰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 정치권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검찰 간부는 검찰 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감찰 담당 검사를 늘려 감시 활동을 강화하겠다는 법무부의 검찰 쇄신안에 대해 "마치 우리를 부패 집단처럼 취급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한 지방검찰청 간부는 "검사의 능력보다 다른 부분에 의해 인사가 좌우되는 경향이 점점 커져온 게 사실이며 이러한 인사가 공정한 수사를 방해한 부분이 있다"며 "이제는 바로잡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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