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섹스 앤 더 시티2 ’의 네 여인, 도쿄 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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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패션과 스타일, 여성의 성과 욕망에 대한 과감한 발언으로 화제를 모아온 ‘섹스 앤 더 시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10일 개봉)의 네 주인공, 사라 제시카 파커(캐리)·킴 캐트럴(사만다)·신시아 닉슨(미란다)·크리스틴 데이비스(샬롯)을 31일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 이날 오후 도쿄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한국·일본·홍콩 대만 등에서 300여 취재진이 몰렸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의 출연진과 감독. 왼쪽부터 배우 신시아 닉슨·크리스틴 데이비스·킴 캐트럴·사라 제시카 파커, 감독 마이클 패트릭 킹. [도쿄=로이터 연합뉴스]

이번에 제작자로도 참여한 사라 제시카 파커는 “내가 좋아하고 선망한 배역을 13년간 할 수 있었던 것은 특혜였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또 “내 인생이 캐리와 떼려야 뗄 수 없게 됐다. 사람들이 종종 나와 캐리를 혼동하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인기 드라마의 일부였다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섹스 앤 더 시티’는 1998년 미국 케이블 채널 HBO에서 첫 방송됐고, 시즌6까지 방송됐다. 2008년 영화 ‘섹스 앤 더 시티1’은 전세계에서 4억15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벌어들였다.

극중 유일하게 싱글을 고집했던 ‘화끈한 언니’ 킴 캐트럴은 “배경은 뉴욕이지만 전세계 여성의 공통점을 보여줘, 어디에 가서든 여성들이 크게 환영해준다”며 “여성운동(우먼 무브먼트)은 계속돼야 한다”고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캐트럴은 “13년 전 파일럿 드라마의 대본을 처음 봤을 때 뭔가 잘 통한다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살아 움직이는 여성 캐릭터들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섹스 앤 더 시티2’는 캐리가 빅과 결혼한 2년 후의 이야기다. 주부 뉴요커의 애환을 공유하던 이들은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로 날아가 초호화 럭셔리 패션 탐험을 펼친다. TV시리즈 특유의 도발적인 매력은 줄어들었다. 다소 상투적인 갈등과 해법, 이야기의 허술함을 아부다비의 럭셔리한 패션과 볼거리로 채워 넣은 인상이다. 다만 중년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에 여전히 통쾌함을 느끼는 관객들에게는 이름값을 한다.

이들은 극중 베스트 에피소드로 아부다비의 가라오케에서 네 명이 ‘아임 어 우먼’을 부르는 장면을 꼽았다. 크리스틴 데이비스는 “스튜디오에서 제각각 녹음을 하고 현장에서 립싱크를 했는데, 4명 중 내가 가장 긴장했다”고 털어놨다. 신시아 닉슨은 “사라는 브로드웨이 싱어 출신이라 노래를 잘 불렀고, 샬롯은 남부 출신답게 솔 느낌이 강했다”고 촌평했다. 캐트럴이 “아예 걸밴드를 만들어 콘서트를 해도 좋겠다”고 말해 또 한번 웃음이 터졌다.

최근 중동 언론이 제기한 중동 여성 인권폄하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 영화는 정치적인 드라마가 아니다”(신시아 닉슨)라고 해명했다. 닉슨은 “여성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사회비판과 풍자가 들어있긴 하지만, 우리 드라마는 네 여성의 코미디다.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 이슈와 연결시켜 보는 것 같다”고 답했다.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은 “‘섹스 앤 더 시티2’는 ‘007’의 여성 버전으로 봐주었으면 한다. 마놀로 블라닉 슈즈는 007의 스포츠 카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현실보다 화려하게 묘사돼 있기는 하지만, 여성들의 실제 삶을 반영했다 ”고 말했다.

도쿄=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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